제주도감사위원회, 공공기관 채용 부실 결국 '경고'로 마무리
공정성 기준은 어디에, 절차 무시에도 경고 뿐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제주 공공기관의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제도적 기준을 무시한 채 인력 채용을 ‘편의적으로’ 처리한 정황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는 공정성 훼손이자 조직 신뢰를 크게 저해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감사위원회는 대부분을 ‘경고’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2025 지방공공기관 등 채용실태 특정감사’ 결과는 총 14건의 행정상 조치와 8명의 신분상 조치를 담고 있다. 숫자만 보면 엄중해 보이지만, 실제 처분의 강도는 의외로 약하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와 제주관광공사에서 적발된 내용의 무게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장애인체육회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별도의 시험이나 심의 없이 곧바로 일반직 8급으로 올려버렸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물론, 도와의 사전 협의 절차까지 생략했다. 또 예비합격자를 두고도 채용 인원을 임의로 조정하고, 불과 한 달 뒤 동일 분야 채용을 다시 진행하는 등 채용 공고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것이 공공기관이 갖춰야 할 인사 운영의 기본인가? 절차는 존재했지만, 그 절차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관광공사의 사례도 비슷하다. 비상임이사 공개모집에서 경력증명서·학위증명서를 제출하라고 명시해놓고도, 제출하지 않은 지원자들을 그대로 심사에 포함했다. 심지어 증빙서류가 없는 지원자 2명은 최종 후보자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공고 기준을 스스로 무력화한 셈이다.
이런 사안들을 두고 감사위가 내린 결론은 “주의하라”, “경고한다”에 가까웠다. 그리고 감사위원회는 “투명하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고, 앞으로는 공정 채용 환경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어불성설이다. 기준이 없어서 문제가 됐을까? 정책 개선이 문제가 아니라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게 순서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기관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의 요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조치다. 제도를 강화하기 전에, 기존 제도를 무시한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 먼저다.
제주 사회는 공공기관에 대해 높은 신뢰를 기대한다. 이는 단지 행정 효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채용은 그 신뢰의 출발점이다.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기 어렵다.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제도를 지키는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제주 지방공공기관들이 그 기본을 놓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감사위원회의 처분은 그것을 바로잡기에 너무 가벼웠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부실한 운영을 반복한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경각심을 주는 조치가 없다면, 같은 문제는 얼마든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공정한 채용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은 행정의 최종선이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 채용을 향한 제주도의 기준은 정말 이 정도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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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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