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피해자'인가? 정권의 압박에 못이겨 후원?…불법 알면서 지원했다면 배임죄도 성립
(서울=국제뉴스) 강대겸 기자 =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60)씨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사흘째 이어가는 가운데 2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을 소환,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이 사건 발화점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대기업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와 청와대 핵심인사들을 조사하는 외에 이들 두 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액이 20여개 기업에서 무려 800억원 가까이 이를 정도로 막대한 규모에 달해 관련 대기업 관계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우리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는데 대해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전경련이 개입하면서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을 제기하는이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이들 두 재단이 본격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던 시점을 전후해 실질적으로 저마다 "특혜" 논란을 부를 만큼의 댓가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같은 선상에서 사법처리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청와대의 압력이나 지시로 기업들이 돈을 모아줬을 경우라 하더라도 댓가성이 입증된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의 적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핵심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실질적인 '압력'을 받고 기부 행위를 했는지, 만약에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다면 강요를 한 것인지, 이와 같은 사실을 기업들이 알고 있었는지, 언제 되었는지 등 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즉, 기업마다 같은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가령,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5월 말 70억 원을 후원했다가 돌려받았던 예가 그렇다. 당시에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진에 대한 검찰 내사가 진행되던 시기였기때문에 단순 기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돈을 준 것이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이냐, 이렇게 해석되면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그 경우에는 회사 차원에서도 배임죄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불법적인 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공했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인 것.
이밖에 SK 등 여타 기업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크게 작게 회사가 '약점'을 안고 있는 경우 청와대의 압박에 쉽게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즉 돈의 성격을 알고 준 거라면 뇌물공여죄까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순실 씨가 배후인 것을 전혀 몰랐다거나, 우리도 지금 피해자다, 돈을 뺏겼다는 입장이라는 기업들의 주장이라면 사정은 약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기업 속성상 현실적 댓가 혹은 미래 댓가성 여부를 떠나 협조요청을 거절할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점에서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후원금' 명목하에 재단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는 진술이 확보되거나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검찰의 향후 수사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볼 때 기업들이 역대 정권들에게 '준조세'란 미명하에 협조하거나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거둬주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로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회사에서 큰 돈을 지불할 때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같은 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원했다면 당연히 상법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만일 그같은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불법이 될 것을 '알면서도' 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배임죄 성립이 가능하다.
강대겸 기자
jackwort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