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이아서 오는 6일까지 ‘미의 역정(美의 驛程)
故 고운산, 곽상필, 문정호, 백주순, 성정자, 좌경신 등
국내서 처음 기획된 제주 장애 예술 1세대 작가들 대표작 전시

곽상필 작. 소방관. 곽상필 작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모색했다.[사진=신소연 기획자]
곽상필 작. 소방관. 곽상필 작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모색했다.[사진=신소연 기획자]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제주 장애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 ‘미의 역정(美의 驛程)’이 전시 중반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장애와 예술을 ‘복지적 시선’이 아닌 온전한 예술적 가치로 바라보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별 기획전 ‘미의 역정(美의 驛程)은 예술공간 이아 (제주)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故 고운산, 곽상필, 문정호, 백주순, 성정자, 좌경신 등 제주 장애예술 1세대 작가들의 대표작이 출품됐다. 특히 지난 7월 15일 영면에 든 故 고운산 작가는 삶의 역경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발자취로 평가받으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작가들의 ‘역정’은 단순한 장애 극복의 이야기가 아니다. 곽상필 작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모색하고, 문정호 작가는 죽어가는 것들을 되살리는 행위를 통해 희망을 찾는다. 백주순 작가는 ‘혐오와 수치’라는 장애의 본질과 맞서며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성정자는 예술로 공동체의 변화와 조화를 이끌어낸다. 좌경신은 욕망 없는 ‘빈 마음’을 추구하며 자연과 합일하는 구도자의 길을 예술로 보여준다.

민경언 예술감독은 “개별 작가들의 작품을 따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성찰하며, 작가들이 추구한 아름다움이 합쳐지는 하나의 길을 발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장애예술인들에게도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고운산 작. 미제[사진=신소연 기획자]
고운산 작. 미제[사진=신소연 기획자]

서예술가 이금아(제주장애인예술가협회)는 “선배 예술인들의 길을 보며 꿈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감동을 받았다. 이번 전시가 동력이 되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장애예술계의 거장들도 직접 제주를 찾았다. 한국장애예술가협회 회장이자 서예가인 석창우 작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궁중 자수장 이정희 장인이 전시장을 방문해, 제주에서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장애예술인들의 활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모두에게 열린 예술 경험을 목표로 다양한 접근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시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자와 점자 및 큰 글자 캡션, 저시력 관람객을 위한 초지향성 음성 안내가 설치됐다.

특히 음성 안내는 김경란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제공되어, 전시 서문을 품격 있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또한 휠체어 사용자와 거동이 불편한 관람객을 위한 마중·동행·배웅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필요 시 자원 활동가가 함께 이동을 돕는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관람객 누구나 차별 없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신소연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장애와 예술을 예술 본연의 가치로 바라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앞으로 제주를 중심으로 연결하여 다른 지역의 1세대 장애예술가들의 ‘역정’을 조명할 기회 또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startto24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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