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호 KTX 운행의 주인공 4명은 누구?

(부산=국제뉴스) 김옥빈 기자 = '꿈의 열차'로 불리던 KTX가 개통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운행된 KTX가 서울역이 아닌, 부산역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KTX개통 20주년을 맞아 2004년 4월 1일 5시 5분,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1호 KTX 운행의 주인공들을 만나, 20년 전 그날의 소감을 들어본다.
◇ 첫 KTX의 운전을 담당했던 송하복 기장(부산 고속기관차승무사업소)은 40년째 근무중인 베테랑 기장이다. KTX 개통 전 2년간의 교육과 시운전팀에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첫 KTX 운전을 맡게 됐다.
▶ 대한민국 첫 KTX 출발 당시 소감은?
[송하복 기장] : 운전실에 앉아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승강장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서울에서 출발하는 5시 25분 열차보다 더 빠른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라, 서울역에 도착해서야 개통기념 행사를 했었습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드디어 고속철도 시대가 시작됐다는 벅찬 기분이 기억나네요.
▶ KTX를 운전하면서 수많은 역을 가보셨을텐데, 가장 좋아하는 역은?
[송하복 기장] : 최애역은 부산역입니다. 퇴근하는 곳이니까! 하하, 농담이고 아무래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운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부산역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한강철교 위를 달릴 때입니다. KTX는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속도가 170km/h를 넘으면 주변 풍경이 육안으로는 식별이 되지 않습니다. 한강철교 위를 달릴 때는 속도를 줄여서 지나가고, 또 곧 목적지인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안도감에 그때가 돼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 KTX 개통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송하복 기장] : 2004년 4월 1일 첫 열차를 출발시키던 그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벌써 20주년이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 누적 주행거리만해도 18만키로가 다 되어가니, 지구를 4바퀴를 넘게 돈 셈입니다. 우리 기장들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진 못하지만, 매일 1000여 명의 승객을 안전하게 모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항상 단정한 모습과 매너 있는 태도로 근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 역에서 기장들을 마주친다면 반갑게 인사 건네주시면 좋겠습니다.
◇ 첫 KTX 차량의 정비책임자인 이석록선임장(전, 부산철도차량정비단)은 89년 임용돼 오송 시운전팀을 거쳐 34년간 재직 후 지난 22년 퇴직했다. KTX 개통 20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협조했다.
▶ 첫KTX를 차량기지에서 출고시키던 순간이 기억나는지?
[이석록 선임장] : 차량기지에서 첫 열차를 정시에 무사히 출고시키기 위해 전날 밤을 꼬박 새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4월 1일 새벽에는 차량기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나와서 첫 열차가 부산역으로 출고되는 것을 박수로 환송하며, 코가 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20년을 근무하면서 20년 전과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석록 선임장] : 개통 초기에는 차량의 안정성을 위해 차량정비담당 직원이 KTX에 승차해 항상 비상상황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안정화 되어 차량직원이 승차하지 않고도 잘 운행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낍니다.
▶ 20년을 함께한 KTX에 애정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이석록 선임장] : 저는 우리 KTX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도입될 때부터 시운전팀에서 근무했던 만큼 KTX에 각별한 애정이 있습니다. 또 KTX가 운행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전기철도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에 KTX 전기장치를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첫 KTX의 승무원이었던 유나영 승무원(코레일관광개발 부산승무지사)은 올해로 20년째 KTX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객을 가장 가까운곳에서 만나는 유나영 승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첫 KTX 출발 당시가 기억나는지?
[유나영 승무원] : 개통 전 한 달간 교육을 받는 동안 고객들을 만나는 것을 상상만했었는데, 드디어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레임에 처음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출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열차에 승차하는 고객들도 한국 최초의 고속열차 탑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해 모두가 들뜨고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 20년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유나영 승무원] : 열차 승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예전에는 비즈니스를 위해 KTX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승객 연령대도 훨씬 다양해지고 국내 여행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이 많아져서 글로벌한 KTX가 된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개통 20주년을 맞아 기억에 남는 일이나 소감은?
[유나영 승무원] : 부산을 출발해 서울로 올라가며 업무를 하고 있는 도중에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간에 내려서 돌아갈 수도 없고 계속 업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서울역에 도착한 후 하행 열차를 정해진 근무시간 보다 앞당겨 내려가며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승무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KTX 열차 승무원으로 근무하게 됐다는 자부심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 어느새 20년이나 지났습니다. 앞으로도 KTX와 함께 더 넓게 전국을 누비며 30, 40주년을 같이하고 싶습니다.
◇ 2004년 개통당시 부산역에서 매표업무를 담당했던 김필종 여객전무(부산고속철도열차승무사업소)는 역무원, 지역본부 등을 거쳐 현재는 일반 열차(무궁화, 새마을) 여객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 첫KTX 출발 당시 부산역의 모습은?
[김필종 여객전무] : 개통 당일 저는 부산역에서 매표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사전교육을 충분히 받고 만반의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대합실에서 광장까지 이어진 대기 줄로 밥은커녕 화장실도 가지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막차가 떠나고 정산을 할 때가 돼서야 "아! 이제 우리 철도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구나"라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 지난 20년간 KTX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김필종 여객전무] : 개통 당시에는 KTX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 매표창구 앞에서 "KT, KTF, 고속 차, 빠른 거, 비싼 차 주이소"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국민명사가 된 KTX를 보며, 고속열차 개통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 개통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김필종 여객전무] : 안전한 운행을 위해 역무, 승무, 운전, 차량, 전기, 시설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개통 이후 2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이제 대한민국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고속열차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이 개통과 운영의 시대였다면, 다가올 새로운 20년은 혁신과 번영을 앞당기는 KTX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부산역의 연간 이용객수는 2004년 1200만 명에서 20년이 지난 지금 2200만 명으로 약 1천만 명 증가했고,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51%가 고속철도를 이용해, 부산 관광을 시작한다. KTX가 개통 20주년 만에 국민의 발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한국철도는 2024년 KTX 개통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기반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철도의 고속철도 운영 20년 노하우로 글로벌허브도시로 발돋움하는 부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 [참고자료] 2023 부산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부산관광공사
김옥빈 기자
obkim515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