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옛 어른들의 말씀 중에 "그 사람은 입이 화근이야." 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여기서 입이란 사람의 말을 뜻하는 것이다.
사람의 말에 대한 중요함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속담이나 명언들 중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또는 ‘남아일언 중천금이다’ 이는 말을 조심하고 조심해서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지만 반면에 철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다.
“사랑합니다.”, “미인이세요”라는 칭찬이, “별로네요”라는 솔직한 말보다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이 두말을 비교하면 천양지차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직한 말보다는 달콤한 말에 현혹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의 바른말을 좋아하는 것이다. 지나친 솔직함과 무례한 말은 친구를 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고사가 있다. 9세기 중국 당나라가 망하고 후당 때 ‘풍도’라는 정치가가 지은 ‘설시’에 나온다. 그는 처세에 능하여 그가 벼슬하는 동안 다섯 왕조나 바뀌었다. 때문에 그는 여덟 명의 임금을 섬겼다. 풍도는 처세에 능했기 때문에 임금이 바뀔 때마다 요직에 중용되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그에게 처세술을 물었지만, 그는 웃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설시’에 그 해답이 될 만한 글귀를 남겼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안신처처뢰).’
이 시에서처럼 그는 말조심을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 난세에 영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구화지문’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는 조심해서 예의 바르게 상대방을 배려해서 말하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말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강조해왔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은 너무 말을 가볍게 하는 경향이 있다. 장인을 영감탱이라 부르더니 이것도 부족했던지 사람들을 바뀌 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라고 막말을 해대며 서민들이 쓰는 말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말 한마디 잘못하여 정치 인생을 망친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바로 구화지문의 교훈일 것이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 했으니 절제 있는 말로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
탈무드 명언 중에도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항상 입으로 낚인다.’라는 말이 있다. 입은 말을 하라고 뚫려 있는 것이지만 너무 쓸데없는 망언들은 나에게 또는 상대방에게 뼈아픈 상처를 주니 항상 말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해야 한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던가.
또 말을 삼가야 함을 비유한 말로 사불급설(駟不及舌)이 있다. 사(駟)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로써, ’아무리 빠른 수레라도 혀에는 못 미친다’는 뜻이다. 소문이 빨리 퍼짐을 비유하는 말도 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는 얘기다. 글은 몇 번이고 고쳐 쓸 수 있지만, 말은 한 번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평소에 입조심 하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말을 가리고 입조심 하기 위해서는 말을 최대한 아껴서 하지 않는 방법과 말을 할 때 생각해서 조리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둘 다 쉽지는 않다. 사람의 말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으로는 책 읽기가 좋다. 책을 읽게 되면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머릿속에서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며 연상을 하게 된다.
소설이나 만화를 읽는 것도 좋지만 인문학 책을 읽으면 상상력이 커지고 어떤 사실과 연관해서 패턴을 만드는 능력이 발달한다. 또, 말 할때에도 자연스레 그런 지식들과 연계가 되어 조리 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실천이 따라야 한다.
옛 어른들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했다.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먼저다.
장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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