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노을처럼 정치인이 뒷모습이 아름다우려면 辭讓之心(사양지심) 해야
(정치부 칼럼=국제뉴스) 장운합 국장 = 민주당의 쓰나미가 몰아친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막을 내린지 두 달이 훌쩍 지났다. 가히 대적불가였던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유사이래 초유의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코로나19로 대변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고 국민은 여당에 힘을 몰아줬다. 그러나 호남에서 더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한 후보가 있었으니 남원·임실·순창 지역의 이강래 전 도로공사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컷오프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을 통해 4년간 지역위원장으로 권토중래를 꿈꾸며 절차부심 해온 박희승 후보를 수십여 표 차로 따돌리고 무소속 이용호 후보와 자웅을 겨뤘다. 그러나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불구하고 놈놈놈 (나쁜놈 더 나쁜놈 덜 나쁜놈)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군산에서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던 신영대 후보가 재선의 김관영 후보를 꺽었고, 한병도 후보는 기소된 상태에서 4선의 조배숙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다. 전주병 김성주는 허위사실 적시 등으로 선관위가 고발한 상태에서 전북의 아들이자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거목 정동영 후보를 이겼다. 전주을 이상직 후보도 정읍고창의 김수홍 후보도 상식을 초월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쓰나미 같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덕분이다.
하지만 남원 임실 순창지역은 쓰나미 보다 더 쎈 ‘놈놈놈’이 있었다. 이강래 전 사장은 DJ 양아들론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고, 승승장구 했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했고, 2007년 통합신당모임 통합추진위원장을 했다.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어 정치인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가 싶었다.
노욕인지, 임기를 절반가까이 남겨둔 상태에서 남원으로 회군했다. 박수를 받으며 남원 임실 순창을 위해 큰 정치를 하겠다고 서울로 상경한 때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인 2012년이니 8년만의 귀향이지만 민심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보내는 지지와 달리 이강래를 외면했다.
이강래가 후보가 되기 전부터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가 당내 경선에서 박희승 위원장을 이긴 것 자체를 민심은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여당 중진론에 민심은 과거를 회상하며 비아냥 거렸다. 한마디로 그때는 뭐했냐는 것,
거대 여당을 만들어낸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승자는 국민과 국가와 지역을 위해 분골쇄신 해야 하고 패자는 승복하고 성찰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패할 수 없는 싸움에서 패한 장수는 변명의 여지없이 자신의 목을 군왕에게 맡기고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선거 직 후 이강래 낙선자가 자신의 측근에게 ‘지방선거까지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는 여론이 일었다. 사실여부를 떠나 여론 자체가 주는 의미는 몽니로 해석된다. 아니면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여당의 후보로 정부의 배경과 당의 지원, 차기 대선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의 지원까지 받았으나 단기 필마로 출마한 이용호 후보에게 패배한 후보 측에서 나와야 되는 여론은 아니지 않는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당원에게 사죄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해도 호남 유일의 패배에 대한 과오를 씻을 수 없지 않는가, 승승장구했던 중진이 취할 자세 또한 아니지 않는가, 고향 선배이자 정치 선배로서 권토중래를 꿈꾸며 절치부심했던 후배의 심정을 헤아려 주는 것은 대의 아니겠나,
석양이 아름다운 건 비단 노을만은 아닐 것이다. 하루가 가는 안타까움도 있다. 이강래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안타까움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름답지 않은 석양을 연상할 것이다. 4년 후면 칠순이 된다. 와신상담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쉬움도 미련도 있겠지만 장강의 앞 물결 뒷 물결이 밀어내는 것은 순리다.
천심은 민심이고 민심은 천심이라 하고, 맹자는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이라 설파했다. 아름다운 석양을 보듯 원로 정치인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기대하는 주민도 있다. 이쯤에서 사양지심 (辭讓之心)함이 어떨지 생각해 보기를 권해본다.
장운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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