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대 등 난관 뚫고 SK하이닉스 용인 유치 가장 인상적"

"개성관광은 유엔제제와 상관없이 추진이 가능하다. 금강산 단체관광은 제제에 포함될 수 있지만 개별적 개성관광은 비 대상이다. 내년 봄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극한 상황에 가더라도 문화관광 분야에서 물꼬라도 터놓아야 북미, 남북간 협상의 여지는 남지 않겠는가."

지난 2일 유엔1718제재위원회가 경기도의 개풍양묘장 조성사업 물자 152개 품목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요청 승인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대북인도협력사업의 국제적 정당성 인증받은 '최초' 사례다. 현 화염과 분노로 북미간 비등점이 들끓는 상황에서다. 이번 UN승인은 극한상황에서도 개성관광 등 그 밖의 교류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줬다.

"UN은 15일 만에 개풍 반입물자에 대한 제제 면제승인을 했다. 오히려 이 사업에 더 적극적이었다. UN도 북미나 남북관계가 냉전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달 말 정부에 개성관광 재개 승인 요청을 할 계획이다"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2007년 국회의원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간 공동선언을 원한다'는 대북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단독으로 방북했다. 북의 핵실험 직후 비공개 방북이었다. 그해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간의 10.4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제공=경기도청>

-대북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나?

"대학생때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다. 1988년 이상수 전 의원 보좌진으로 국회에 들어와 노무현 ·이해찬 의원 등 노동위 3총사를 공동보좌했다. 그 당시 유시민·이호철·이광재와 함께 일했다. 노무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역할도 했다. 이해찬 대표도 오래 모셨다. 그 때부터 남북관계에 관심이 높아졌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이 되면서 외통위 활동에 전념했다. 남북 교류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분단의 섬에 갇혀있는 것은 안 된다. 최소한의 교류협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평양도 자주 다녀오고, 북 핵실험 직후 노 대통령의 비공개 특사로 북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07년 이해찬 대표와 같이 갔을 때를 말하는 것인가?

"그 전에 먼저 단독으로 비공개 방북했다. 북측에서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서 이해찬 대표와 갔다. 대북 교두보 역할을 했다. 남북 공동선언은 원래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이 2007년 5월에 하려했다가 미뤄졌고 8월 홍수가 나면서 10월 4일로 연기됐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합의가 깨졌다. 지금도 북측에 친밀한 인사가 많다. 현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당시 카운터 파트너였다.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되고 지난해 10월 노무현 재단과 평양에 갔을 때 다시 만나 옥류관 유치 등 6개항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기도와 북측간의 교류에 대해 올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최근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북미관계의 급전직하는 재선을 앞둔 트럼프의 '공갈'전략이라고 보나? 내년도에 개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는가?

"4.27 판문점 선언, 9. 19평양공동선언 등 좋은 합의를 해냈는데,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노딜이후 모든 게 중단됐다. 당시 정부도 하노이 협상을 지켜보자며 대북협력사업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과거 정부와 같이 중앙에서 판을 다 정리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하노이 노딜이 덜컥수가 됐다. 옥류관 등 6개항 합의사항 진행이 올 한해 텅 비었다.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중앙정부가 경기도 합의사항을 진행하도록 도왔더라면 올해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거다,"

-노딜 이후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지자체 교류가 가능했다는 의미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했다. 지난해 11월 이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방도 당시 옥류관 부지를 보고 갔다. 당시 옥류관을 포함해 DMZ 평화공원, 파주~개성 마라톤 대회 등도 빨리 진행하자고 했다. 우리는 마라톤 경로를 구체적으로 그려놨는데 정부가 하노이 회담 이후 4. 27일 판문선 선언 1주년에 하자는 바람에 결국 무산됐다. 지금도 경제교류는 유엔 제제에 막혀있지만 그 밖의 개인관광이나 인도적 교류 등은 가능하다. 정부가 이 부분을 열어놨더라면 개성관광 등은 진즉이 가능했었을 것으로 본다."

-내년에도 북미 관계가 개선 가능성이 적다. 결국 경기도와 북측간의 교류도 요원한 것 아닌가?

"그 부분은 다르다.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대화하자는 모션을 취했듯이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화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본다. 중국 러시아가 유엔에 대북제제를 풀자는 결의안도 냈다. 트럼프도 조금 낮은 자세로 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북은 원래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그런 모순으로 인해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해법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일부 대북 전문가는 내년 3월이면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봐야하겠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도 현재로서는 전망이 어둡다.

"이 지사 방북은 경기도와 북측의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력한 정치인인데다 경기도가 통일부로부터 합법적인 협상지위를 부여 받았으니까. 최근 개풍군 양묘장 사업도 호재다. 그동안 북에 못 하나도 못 보낸다고 했는데, 파이프, 태양광 패널, 축전지, 트랙터 등 152개 물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UN이 전향적으로 검토 한 것 같다. 문제는 아직 북측과 합의를 못했다는 것이다."

-UN승인까지 받았는데 교류사업을 못할 수 도 있다는 의미인가

"북이 거부하면 무산될 수 있다."

-여러가지 대북 교류사업중 개풍군 양묘장 사업을 UN제 면제승인대상으로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승인받기가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나?

"당초 승인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트랙터, 축전지, 태양광패널 등 미국이 대북 반입에 대해 부정적인 전략물자여서 승인이 안될 것 예측했는데 UN에서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자주 교류협력사업을 제안하라고 할 정도였다. 승인요청당시 공동방역이 어려워 남한돼지가 돼지열병으로 절멸할 상황이 됐는데, '제제만 하면 어떻하냐, 빨리 약품 제제를 풀어달라, 동물도 죽여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하고 어필했는데 그런 부분이 통한 것 같다."

-면제 승인까지 얼마나 걸렸나?

"보름정도 소요됐다. 중국·러시아가 대북제제해제 결의안을 낸 것처럼 향후에도 정부가 북을 달래가면서 북미간에 합의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여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유엔에서 대북교류를 승인했다.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UN이 북미관계와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은 풀어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인가?

"실제 UN이 승인한 대북 반입 품목은 놀라울 정도다.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육로로 갈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 영양식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은 UN승인 없이도 진행했는데 개풍군에 묘목을 보내는 사업은 왜 UN의 승인이 필요했나?

"묘목이나 어린이 영양식, 개별관광 등은 제제대상이 아니다. 다만 건설 장비 등은 반입 금지 품목이다."

-개성관광 등 인적교류도 UN 승인 없이 가능하다는 의미인가?

"사안마다 다르다. 개인이 가지고 갈 수 있는 금액 상한이 있다. 국내 은행에서 대북송금을 못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해석하면 단체가 아닌 개별관광은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지사의 방북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다만 정치인의 경비는 벌크 캐쉬(뭉칫돈) 한도가 있다."

-그러면 왜 이 지사의 방북이 성사되지 않았나?

"재판 및 정치적인 문제 등이 얽혀있어 강하게 추진을 못했을 뿐이다. 물 밑에서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해왔다. 이 지사의 방북은 개성공단 재개, 통일 경제특구 조성 및 북 인력 활용 등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내년 개성 관광 재개와 맞물려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이다."

-경기도가 정부로부터 대북 협상당사자로 지정됐는데 유엔제제 대상이 아닌 관광 및 인도적 지원은 정부 승인 없이도 진행할 수 있나?

"과거에는 밀가루, 묘목지원 등 인도적 지원 대북 협상당사자를 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대행했다. 지금은 경기도가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모든 절차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한다."

-향후 북한과 경기도가 합의한 6개항에 대한 추가적인 사업 재개도 가능한가?

"북측하고 올해 내내 금강산과 개성관광 등에 대해 협의했다. 실무적 접촉을 통해 인원수나 규모, 개성을 거쳐 캠프 그리브스로 돌아오는 경로 등 구체적인 논의를 해왔다. 외국인들도 남쪽을 경유해서 북을 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북한 관광객들이 개성을 통해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 관광은 북 입장에서는 핫한 아이템이다. 최근 연예인 샘도 북 관광을 갔다. 북측에서 내부를 공개한 것 아닌가. 실제 올해 북측과 협상해보니 의지가 있었다. 가파른 대치국면에서 유화국면으로 전환되면 의외로 쉽게 갈 수 있다. 내년 봄에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시민연대측도 재개를 요구하고 있고 이 지사와 나도 이 사업 명예공동대표로 돼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개성관광 재개에 대해 북측에서도 암묵적으로는 동의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북에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 1월 관광재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나. 자전거 타고서라도 개성관광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 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승인만 하면 된다. 북측도 한국정부의 승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정부보다 경기도가 대북교류 사업을 잘 진행하는 것 같다.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중앙정부가 애를 많이 쓰는데 우리가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하다. 정부는 야당 미국 일본 등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경기도는 300억 원 규모 기금을 견제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100점 만점 중 몇 점 정도 된다고 보나?

"4.27, 9.19 때까지는 100점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는 평가하기 힘들다."

▲ 이화영 부시사의 방북 성과 브리핑.<사진제공=경기도청>

지난 1년 6개월 동안 이 부지사는 경기도의 정무부지사 역할도 겸했다. 대(對) 국회, 의회, 청와대 등 주요 기관과 경기도의 주요현안에 대한 협상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 부지사는 "올해 SK하이닉스 용인 유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정부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했다.

-기업 유치는 경기도청 경제실 업무 아닌가?

"대관(對官) 업무 등 정무부시사의 역할도 겸임했다. SK유치 추진단장도 맡았다. 이 사업 관련 정부는 구미나 청주가 적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토부·산자부장관 이해찬 대표, 청와대 관계자, 김태년 전 정책위의장, 조정식 현 정책위의장을 만나 용인 유치 당위성에 대해 피력했다. 반도체는 국가미래사업이다. 시간을 끌면 지역 반대 등으로 어려울 수 있으니 빨리 결정해 달라고 했다. 소재·부품·장비특별법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용인을 중심으로 국산화가 가능하도록 틀도 만들었다. 130만평의 산단에 SK와 협력업체가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구조도 바꿔놨다."

-과거 삼성도 용인을 원했는데 정부 협조가 안돼 평택을 사업장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SK를 육성하려고 용인에 밀어준 것이 아닌가하는 특혜의혹이 있었다.

"정부는 용인입지를 반대했다. R&D 전문가들은 남부지방으로 갈 경우 IT산업이 밀집돼 있는 판교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엄청난 용수 등도 필요해 용인 원삼면이 적합하다고 수차례 정부를 설득했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논리도 틀리지는 않은 것 아닌가?

"정부는 경기도에 대기업 산단 물량을 좀처럼 배정하지 않는다. 과거 파주 LG디스플레이도 5년이 걸렸다. 다만 일본 소부장 사태 등을 비춰보면 반도체 산업 자체가 국가 미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SK의 입지를 빨리 결정해 준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이해찬 대표 등이 정치권의 도움이 컸겠다.(이 지사는 과거 이 대표의 보좌관을 맡았고, 20년 가까이 함께 일 해왔다.)

"예산 등 당(黨)이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SK하이닉스 용인 유치당시 큰 도움을 받았다. 대표도 처음에는 지방유치쪽으로 기울었는데 설명을 듣고 당위성을 인정했다.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건의했다."

-여전히 특혜 시각은 있다. 삼성이 포기했던 곳이기 때문에.

"정부가 크게 반대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혜는 아니다."

이 부지사는 이달 말 퇴직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용인 갑 지역 출마가 유력하다.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남북관계가 개선돼 남북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분단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하게 하고 싶다. 부지사, 국회의원, 자연인이든 어떤 위치에서도 대북 협력 속에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는 한국이 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산업 육성 전략도 수립하고 싶다. 4차 산업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낸드분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기도 주력산업도 반도체로 가야한다. 용인에 125조의 SK 협동단지가 조성되면 반도체 메카로 육성하고 싶다. 북한도 인공지능 자율주행 스마트팜 등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북 지역을 스마트 팜 등과 관련해 거대한 테스트 밸리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부지사는 '작은 것을 많이 하면 큰 일이 이루어진다'는 이 지사의 철학이 "인상적이었다"며 "자신도 조금씩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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