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석 충남 보령경찰서 여성보호계장

▲ 유윤석 경감.
수잔 제퍼스의 '시애틀 추장' 이라는 책을 보면 아메리카에 백인들이 몰려와 무자비한 살육전쟁을 일으키고 아메리카 땅들을 소유하며 마지막 땅을 사들이려고 서명을 요구하는 백인에게 인디언추장은 의연히 일어서서 외친다.

당신들은 돈으로 하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땅의 한 자락 한 자락 그 모든 것이 우리종족에게는 성스럽다.
전나무 잎사귀하나 물가의 모래알 하나
검푸른 숲 속에 가득 피어오르는 안개의 물방울 하나하나
초원의 풀 하나하나
윙윙거리는 곤충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우리종족 가슴속에 그 모두가 성스럽게 살아있는 것들이라고......

나무들 몸속에 흐르는 수액을
내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잘 알고 있노라고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은 우리의 일부라고
대지위에 피어나는 꽃들은 우리의 누이들이라고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은
조상의 조상들 그들의 피가 살아 흐르는 것이라고
맑디맑은 호수에 어리어 비치는 살아있는 영혼의 모습은
우리종족의 삶에 관한 기억이라고.
어린애가 엄마의 뛰는 가슴을 사랑하듯
우리는 우리 땅을 사랑한다.이제 우리가 이 땅을 당신들에게 주니 우리가 보살폈듯 애써 보살피라......

조상들이 물려준 땅과 곤충한마리라도 함부로 여기지 말고 잘 보살피라는 인디언 추장의 말은 200년이 가까이 된 지금도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건강한 숲은 크고 멋진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쁜 꽃만 자라는 게 아니다.

태풍에 뒤틀린 나무, 가지가 부러진 나무, 큰나무에 가려 햇볕이 없는 곳에서도 그 환경에 맞는 나무는 자란다. 이런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기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대로 생존할 수 있는 각각의 여러 물질을 내보내기도 하고 빨아들임으로서 면역력을 키우고 조화를 이루어 서로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서 보기 좋은 나무만 놔두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나무나 풀을 다 없애버린다면 과연 건강한 숲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한꺼번에 다 죽어 없어질지 모른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시애틀추장에서 배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직장인의 입장에서도 늘 이른바 따돌림이 문제가 된다. 다소 나와 성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고 혼자 놀게 놔두면 감정이 있는 동물인 사람은 어떻게 될까?

"나 너하고 안 놀아"

어린이들이 같이 놀던 그들의 세계에서 이 말은 가장 가혹한 형벌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금방 또 친해져서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어울려 논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광경이다.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읽는 '강아지 똥'을 쓴 권 정생 선생은 우리가 흔히 보기 쉬운 골목의 개똥을 가지고 어린이나 어른의 마음속에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큰 명제를 주셨다.

일생을 폐결핵과 가난으로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선생은 골목을 무심코 지나 가다가 개똥을 발견한 선생 스스로 내가 개똥보다 못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셨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며칠이 지난 후 그 자리에서 노란 민들레꽃이 피어난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글을 쓰게 되고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절절한 깨달음을 주셨다.

생각해 보면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배려하는 우리사회구성원 모두도 같은 시대에 함께할 소중한 우리의 동료이다.

특히 다문화사회의 구성원, 어린이, 장애를 가진 분들, 노인, 여성들을 우리가 각별히 보호해야 한다.

엊그제 경찰서 정문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매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찾아왔다. 이유는 몇 일전에 열쇠꾸러미를 습득해서 경찰서에 주인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찾아주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오빠와 여동생은 열쇠꾸러미를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서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순수한 동심을 가진 아이들과 위에서 말한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회적 약자가 곧 사회적 강자가 되는 우리사회, 그러한 건강한 사회를 우리는 서로서로 함께 만들어 가야할 책무를 떠안고 있다.

우리 모두 동시대에 같이 온 지구여행을 같이 신나게 즐기고 돌아가려면......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