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우광훈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전국 20개 상영관 개봉
고려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 사이 수수께기 풀기 위해 4만km 횡단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그 뒤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쫓는 장대한 여정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제주 출신 우광훈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가 지난 12일 전국 20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직지루트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다룬 다큐멘터리 '직지코드(2017)'의 후속작으로 고려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 사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9개국 4만km를 횡단하며 역사 속 공백을 추적한다.
이번 작품은 전작 '직지코드'의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기술이 고려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해, 보다 넓은 시야로 동서양 교류의 실체를 탐사한다.
특히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왕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둘러싼 논쟁은 영화의 주요 갈등축이다. 국내 학계 다수는 편지의 수신인이 고려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제작진은 라틴어 문법·외교문서 분석·고려 왕실의 종교적 배경 등 다양한 근거를 들며 반박과 검증을 반복한다.
또 활자의 전파를 추적하는 기존 접근을 넘어, 종이의 이동 경로가 활자의 이동 경로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사마르칸트–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종이의 전파 경로를 따라가며, 동서양 지적 교류의 가능성을 다시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몽골 제국의 종교·문화적 배경과도 연결점이 드러난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큰 충격은 팔만대장경 목판에서 발견된 기독교 기록이다.
제작진은 문헌 분석을 통해 ‘미시가교(메시아교)’ 관련 문구를 찾아내고,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실물을 직접 확인한다. 불교 경전 속에서 기독교 흔적을 찾아낸 이 장면은 동서양 교류사의 해석을 새롭게 흔든다.
우광훈 감독은 자료의 진위 여부를 놓고 현지 학자들과 날 선 설전을 벌이고, 때로는 학자들의 “의미 없다”는 제지에도 직접 도서관·아카이브를 뒤져 기록을 찾아낸다.
다큐 제작팀이 라틴어를 수개월간 직접 공부하며 자료를 분석한 점도 영화의 집요함을 드러낸다.
우광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역사란 완성된 정의가 아니라, 연구와 발견을 통해 계속 확장되는 ‘테라 인코그니타(미지의 땅)’”라며“직지의 의미는 결국 ‘소통과 하나됨’이다. 이 작은 책이 동서양을 수백 년간 오가는 것 자체가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롯데시네마 서청주에서 우광훈 감독과 정지영 감독의 무대인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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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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