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실시간 음성 변환을 수행하는 시대, 인간 속기사는 어떤 영역에서 차별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실질적인 답을 제시하는 참여형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달 11일 한국AI속기사협회와 소리자바 아카데미는 공동으로 ‘제6차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배리어프리 자막이 적용된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AI 기술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인간 속기사의 전문성과 역할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의 핵심은 단순한 대사 기록을 넘어, 영화의 감정선·효과음·환경음 등 비언어적 신호까지 관객의 이해 수준에 맞게 해석해 전달하는 속기사 특유의 ‘해석형 자막 제작 능력’*이다. 이는 기계 인식만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콘텐츠 접근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사에 참여한 한 예비 속기사는 “영화가 끝난 뒤 자막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며 “AI 시대에 속기사가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관람 후에는 현직 속기사 및 전문 강사가 참여해 진로·학습 로드맵 상담이 진행되며, 예비 속기사들이 실제 업무 환경과 성장 경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속기사의 역할은 단순 기록을 넘어 정확성·맥락 해석·배리어프리 접근성·책임 있는 정보 전달을 수행하는 ‘인간 중심 전문 직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회의 기록 디지털 전환, 방송·OTT의 배리어프리 의무 강화, 법률·의료·교육 분야의 고난도 기록 수요는 전문 속기 인력의 필요성을 꾸준히 확대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AI의 보급은 속기사를 대체하기보다 해석·감정 묘사·오류 검수·문맥 판단 등 AI가 보완하지 못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속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AI속기사협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예비 속기사들이 직업의 실제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상영회, 실습형 교육, 현장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속기 교육기관·현업 속기사등과 협력해 예비 속기사들이 산업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연수 체계를 구축해왔다.

협회 관계자는 “AI 기술과 함께 속기사 직업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예비 속기사들이 미래 변화에 대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협회가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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