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국제뉴스) 김진태 기자 = 조선 중기 영천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 권응수 장군과 박인로 선생의 유물이 400여 년 만에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다.

영천시는 10월 21일과 22일 시청 시장실에서 유물 기증·기탁식을 개최, 두 인물과 관련된 귀중한 역사 자료 총 129점(기증 96점, 기탁 33점)을 새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21일 열린 기증식에는 권장하 씨(안동권씨 충의공문중)를 비롯해 최기문 시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22일에는 도계서원(밀양박씨 노계공파) 종손 박정환 씨, 회장 박동규 씨, 총무 박철환 씨 등이 함께해 기탁식을 가졌다.

기증자 권장하 씨는 임진왜란 당시 영천성 탈환 등 공을 세운 명장 권응수(1546~1608) 장군의 유물 96점을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1584년(선조 17년) 무과 급제 교지 1점, ▶『백운재실기』 목판 77판(1786년경 판각), ▶▲유품 영인본 18점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백운재실기』는 권응수 장군의 생애와 공적을 담은 문집으로, 판각 상태가 완전하고 보존 가치가 높아 학술적 중요성이 크다.

영천시 유물평가회에서도 역사·문헌학적으로 뛰어난 자료로 평가됐다.

권장하 씨는 “조상의 유물이 고향에 돌아오게 돼 감회가 깊다”며 “영천이 다양한 유물이 모여 시민이 자주 찾는 문화도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계서원(밀양박씨 노계공파)은 조선시대 문인 박인로(1561~1642) 선생의 저술을 집대성한 『노계선생문집』 목판 33판을 영천시에 기탁했다.

이 목판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제68호로 지정된 자료로, 이번 기탁을 통해 보관 기관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영천시로 공식 이전됐다.

박인로 선생은 임진왜란에 의병으로 참전한 후, 『태평사』·『선상탄』·『누항사』 등 작품을 통해 전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영천 출신 대표 문인으로 평가된다.

도계서원 관계자는 “영천의 유물은 영천에서 빛나야 한다는 뜻으로 기탁을 결정했다”며 “시민들이 노계 선생의 정신과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천시는 지난 9월 한국국학진흥원을 방문해 기증·기탁 유물의 이관 절차를 완료했으며, 현재 모든 자료는 영천 금호 소재 경북문화재단 문화유산원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 중이다.

이번 기증과 기탁으로 두 인물의 유산이 고향으로 환향하면서, 영천은 지역 정체성과 역사적 자긍심을 되찾는 상징적인 의미를 얻게 됐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귀중한 유물을 영천으로 되돌리기까지의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시민과 함께 지역의 역사 자산을 복원하고 후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문화유산 보존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천시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영천시립박물관’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번에 확보된 유물은 내년 개관 예정인 영천시립박물관 상설전 및 특별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