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정치적 사건 처리 속도와 절차 정당성 사이 균형 흔들
여야, 재판 일정 조율 두고 “정치 개입” vs “법원 책무” 격돌
대법관 증원 요구 봇물…사건 적체·전문성 부족 구조적 한계 지적

(서울=국제뉴스) 고정화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가 20일 실시한 서울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17개 법원 대상 국정감사는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재판 지연과 속도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2심·대법원 처리 과정은 사법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부각됐다.
이 사건은 2024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유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 항소가 제기되었고, 2심 판결은 2025년 3월 26일에 선고되었다.
약 4개월 이상이 소요된 셈으로, '공직선거법상 ‘6·3·3 원칙’—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재판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을 초과한 지연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대법원은 2025년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직후부터 전원합의체 심리를 시작해 5월 1일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빠른 대법원 판단은 “1·2심의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야당은 이를 “졸속 재판”이라며 정치 개입 의혹까지 제기했다.
문제는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직후 단 하루 만에 7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했다는 점이다.
이는 통상적인 송부 절차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른 처리로, 여야 간 공방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고법에 지시해 기록을 즉시 올리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1·2심이 고무줄처럼 늘어졌다”며 신속한 재판은 법원의 책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이 송부 시점에 대해 “역사상 유례없는 단기간의 송부”라는 비판과 “재판의 조속한 심리는 법원의 책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외에도 내란 혐의 사건의 심리 지연과 관련해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사법부의 사건 배당 시스템이 고위 공직자나 정치적 민감 사건에 대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대법관 증원 요구 역시 사건 적체 해소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파기환송 사건 5건의 공판기일 변경 적법성 논란은 사법부의 일정 조율이 정치적 고려와 무관한지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의 일정 관리에 있어 독립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비공개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공공성과 책임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다.
캄보디아 구금자 무더기 송환 문제는 국제 인권 기준과 외교적 절차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국내 사법부가 국제적 기준과 얼마나 정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 셈이다.
이번 국감은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제도적·절차적 정당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한 자리였다.
재판 지연과 졸속 처리라는 양극단의 비판 사이에서, 사법부는 법적 기준과 국민 신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법사위는 10월 21일 대전·대구·부산·광주고법 및 고검을 대상으로 국감을 이어갈 예정이며, 사법부의 구조 개혁과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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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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