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행정 시스템이 놓쳐버린, 6억의 빈자리에 대해
수년간 침묵 속에서 사라진 것은 혈세만이 아니… 감독 기능 완전 파탄
제주시, 반성과 회피가 아닌 책임 있는 조치와 행정의 진심
![김완근 제주시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종량제봉투 대금 수납과 관련한 내부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사전에 바로잡지 못한 명백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사진=제주시청]](https://cdn.gukjenews.com/news/photo/202508/3342520_3465008_1436.jpg)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제주시청 소속의 한 공무직이 수년간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을 수억원대에 걸쳐 횡령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치졸하고도 끈질긴 범죄를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횡령’보다 더 깊숙이 침투한 행정 감시 시스템의 실종을 드러낸다.
제주시 공무직 A씨가 전산상 ‘주문 취소’ 처리를 반복해, 실제 현금을 받아 챙겼음에도 통계에는 감쪽같이 사라진 이 금액은 단지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의 구조적 허점, 그리고 감독 기능의 완전한 파탄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다
4일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에 대한 성명을 내고 “행정의 신뢰가 무너졌다”며, 관리·감독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제도적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반응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단순히 “도덕적 해이”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고장 난 행정 구조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내부 감사 기능이 유명무실했다는 것, 현금 흐름을 추적할 기본 시스템조차 부재했다는 것이다.
2021년부터 2025년 사이에 추정된 횡령 규모는 6억 원에 달하지만, 조사 범위가 확대된다면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연간 수억원의 현금이 유입되고, 인출되고, 사라지는 동안 ‘보고서 하나, 검증 한번 없는 행정’이 정상처럼 유지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혹여라도 알고도 묵인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말로 몰랐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특히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제주시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다. 사과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나 감독 시스템 개선안에 대한 로드맵은 찾아볼 수 없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지만, “직무 감독자에 대한 문책은 수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는 태도는 책임 회피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당 직원의 근무기간 동안 팀장, 과장, 국장 등이 수차례 교체된 정황을 감안하면, 과연 관리자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 내부에서의 투명성과 견제 메커니즘의 부재”를 공론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적은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 자체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앞에 다시 서는 ‘신뢰회복의 행정’이다. 사라진 것은 봉투 판매대금만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다. 시민의 신뢰를 잃은 행정은, 존재 이유를 잃은 것과 같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과 회피가 아닌, 솔직한 고백과 책임 있는 조치다. 그리고 그 출발은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행정의 진심이다. 정말로 이 사건을 계기로 달라질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민의 눈을 바라보고,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진정한 변화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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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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