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고의숙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지금 필요한 건 조용한 추모가 아니라, 용기를 내어 말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중학교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교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부재는 단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실과 책임의 물음을 남겼다. 직접적으로 노출된 민원의 압박,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고통, 그리고 제도의 빈틈 속에서 그는 끝내 쓰러졌다.
그러나 그 죽음을 애도한 건 제주의 동료 교사만이 아니었다. 졸업한 제자들과 학부모들까지 교사를 기억하며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고, 전국의 교사들이 조화를 보내며 슬픔을 나눴다. 이 사건은 교육공동체 전반의 신뢰가 무너져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전국 교사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 죽음을 마주한 우리는 과연,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특히 공적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자리일수록 그 물음 앞에서 더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 김광수 교육감은 사건 직후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이후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의견 수렴은 민원 대응팀, 교원안심번호서비스 등 내부 체계의 작동 여부 및 실효성을 점검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교육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다. 민원 처리의 기준 명확화, 아동학대 오남용 방지 장치, 교사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적 지원 같은 과제들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교사들의 생존 조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벌어진 이번 비극을 계기로 제주도교육감은 가장 먼저 이를 꺼내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선봉에 서야 했다. 2023년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중심으로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긴급히 총회를 열고 공동으로 교육부와 국회에 대응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교원지위법이 개정되었고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법제화되었다.
그러나 지금, 김광수 교육감은 그 자리에 없다. 교육부와 국회를 향해 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교육감의 침묵은 단순한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기대를 외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앞에 서야 할 제주의 교육 수장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 지역의 교사들에게 더 깊은 절망을 안긴다.
지금처럼 전국 교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초기 시기는 제도 개선을 위한 결정적 기회다. 제주도교육청은 '의견수렴'이라는 절차를 앞세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교사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그 미명 아래 그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필요한 건 제도 개선을 넘어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공적 책무의 수행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제도마련과 함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모이며 유일한 사과다. 공적 책임이 있는 제주도교육감의 애도는 정책으로, 책임으로, 행동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문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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