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

백승일 국제뉴스 기자(사진/백승일 기자)
백승일 국제뉴스 기자(사진/백승일 기자)

(서산=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지난 10월,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개최된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는 유명 연예인 섭외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축제가 끝난 후 유명 연예인 중심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소외와 지역 문화 정체성의 희석이라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유명 연예인 중심의 축제, 지역 문화를 외면하다

유명 연예인 중심의 화려한 무대는 관람객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참여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지역 예술인들을 육성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축제는 이러한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상업적이고 유흥적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이다. 어떤 시민은 해미읍성축제를 하는 줄 알았는데 해미읍성에 나이트클럽을 개업한 줄 알았다는 뼈있는 지적을 덧붙였다. 

서산의 대표 축제가 가져야 할 서산의 유구한 역사, 축성 600년이란 해미읍성의 건축학적 가치, 천주교 순교 성지의 역사성과 가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근무지의 가치,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적 가치, 불교와 해미읍성의 역사와 문화적 관계 등의 수많은 소중한 가치가 이번 축제와 함께 모두 사라진 것이다.

마치 나이트클럽을 연상케하는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의 야간 프로그램 고성 댄스파티 한장면(사진/독자 제공)
마치 나이트클럽을 연상케하는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의 야간 프로그램 고성 댄스파티 한장면(사진/독자 제공)

‘지혜의 성’이라는 화려한 포장 속에 가려진 진실

‘지혜의 성’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번 축제는 전통과 현대를 지혜를 통해 융합한다는 새로운 시도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축제 현장에서는 메인 테마에 맞는 선조들의 지혜도 지혜의 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양광 에너지 활용이나 자연물을 활용한 체험은 친환경적인 노력이지만, 해미읍성이 가진 역사적·문화적 의미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단순히 어떠한 체험 프로그램에 지혜라는 두 글자를 붙였다고 그 프로그램이 그 가치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지혜와 관련된 일부 프로그램들은 일반적인 축제의 체험 수준의 빈약함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움을 넘어 기망을 당했다는 느낌마저 버릴 수가 없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의 노력으로 시연된 블랙이글스 공연도 도마위에 올랐다. 해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불꽃놀이 소음으로 인해 고통 받은게 몇해전인데 이번에는 비행기 소음이냐고 성토했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장에서 기본적인 분장 조차되지 않은 축제 참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사진/서산시)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장에서 기본적인 분장 조차되지 않은 축제 참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사진/서산시)

지역 주민과 상인은 소외되고, 예산은 낭비되다

축제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축제는 외부 업체에 의존한 행사 진행으로 지역 주민들의 참여는 저조했고, 지역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셔틀버스 운행에 지역 업체 대신 외부 업체를 선정한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축제의 기본적인 목적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비 15억 원, 도비 1억 원 총 16억 원이 투입된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에서는 총 23대의 셔틀버스가 운행됐는데 그중 서산의 관광버스는 단 1대도 사용되지 않았다. 홍성군의 통일관광여행사와 통일고속관광, 당진시의 서진관광, 천안시의 세계관광의 관광버스 총 23대가 운행됐다. 계약 방식과 서산에 소재한 관광버스와 접촉하지 않았는지와 타 시·군 관광버스를 계약한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배차 시간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운영 측에서 중요하기에 23대를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는 업체 쪽으로 계약을 했다며, 계약은 노선별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장 주변의 불법 주정차 모습(사진/백승일 기자)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장 주변의 불법 주정차 모습(사진/백승일 기자)

홍성, 당진, 천안의 4개 관광버스회사와 수의 계약했는데 23대를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는 업체 쪽으로 계약했다면, 4개의 버스회사 대표가 한 사람이라는 뜻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산문화재단 관계자는 한 회사에 운영해 주시는 게 현장에서도 수월한 측면이 있다는 생뚱맞은 답변을 했다. 이에 본 기자는 서산에 소재하는 충남관광과 우등관광에 연락을 취했다. 충남관광 관계자는 서산문화재단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관광버스에 여유가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등관광 관계자는 재단에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마침 축제 기간에 관광버스가 많이 놀고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우등관광은 참여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문화재단 관계자는 우등관광 관계자와도 말씀을 나눈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셔틀버스에 이어 행사 진행 인력에서도 서산 시민 소외 현상이 발생했다. 해미읍성축제의 기획사인 아이캔컴퍼니 관계자는 행사 진행 인력은 56명이고 인력 대행업체를 통해서 조달했으며, 경기도 오산시 오산대 학생이 50% 서산시 10% 나머지는 홍성군 등 충남권에서 40% 정도의 진행 인력이 투입됐다고 밝혀 많은 의문을 가지게 했다.

지역 상인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 외부 공연 프로그램을 진남문 앞으로 국한하는 바람에 그 주변까지만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해미읍성 진남문 인근의 한 상인도 장사가 되긴 했지만 해미천 벚꽃축제보다 못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시비가 투입됐음에도 해미읍성 지역 전상권 활성화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충남 서산의 대표적축제인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총 23대의 셔틀버스 중 서산 소재의 셔틀버스는 단 한대로 없었다(사진/백승일 기자)
충남 서산의 대표적축제인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총 23대의 셔틀버스 중 서산 소재의 셔틀버스는 단 한대로 없었다(사진/백승일 기자)

안전 관리 부실과 예산 낭비 문제

축제 기간 중 발생한 안전사고는 축제 주최 측의 안전 관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동헌 앞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하지만 말이 특설무대이지 서산 대표 축제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비좁고 초라한 무대이다. 이 무대에서 한 무용 공연팀 팀원이 공연 도중 넘어져 돌덩이에 엉덩방아를 찌어 꼬리뼈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축제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지만 공연자는 해당되지 않아 실비 수준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가 개최되는 해미읍성 진남문 앞 인도의 보도블럭들이 돌출되어 있어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사진/백승일 기자)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가 개최되는 해미읍성 진남문 앞 인도의 보도블럭들이 돌출되어 있어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사진/백승일 기자)

아이들의 승마 체험장 인근에서의 연날리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이 승마 체험장의 안의 말 앞으로 떨어지게 되면 말이 놀라 아이들을 떨어트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장 관계자는 행사 관계자에 위험성을 전했지만 아무런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미읍성으로 진남문 인근의 보도블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돌출돼 있고 울퉁불퉁해서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발이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기간 동안 운영된 어린이 승마체험장 머리 위로 관광객들이 연을 날리고 있어 연이 승마장에 낙하 시 중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발생했다(사진/백승일 기자)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기간 동안 운영된 어린이 승마체험장 머리 위로 관광객들이 연을 날리고 있어 연이 승마장에 낙하 시 중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발생했다(사진/백승일 기자)

지역 축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 필요

서산해미읍성축제는 화려한 포장 속에 가려진 문제점들을 드러내며 지역 축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지역 축제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음 축제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 문화 예술인들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축제의 주제를 지역의 특색과 역사에 맞게 설정하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여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기간동안 운영된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볼품 없고 안전에 취약한 빈약한 무대로 인해 공연자가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 제공)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기간동안 운영된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볼품 없고 안전에 취약한 빈약한 무대로 인해 공연자가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 제공)

서산문화재단, 과연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서산문화재단 임진번 대표이사 취임은 지역 문화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서산문화도시사업단 단장 시절, 사업 성과 부진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 다시 문화재단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임 대표는 서산문화도시사업단 시절 사업 실패 원인을 전임 시장과 공무원들의 소극행정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산시 관계자들은 사업 자체의 부실 성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임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 대표가 서산문화재단을 이끌게 된 것은 많은 의문을 낳았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서산시가 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발표한 서산시 보도자료다. 서산시는 임 대표를 '지역 문화 예술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문화도시사업단 단장 시절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사업 부실 사실은 이러한 평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상황은 서산시가 문화재단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지역 문화 예술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이루어지는 인사가 과연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인물을 위한 자리인지 의문스럽다.

서산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축이다. 따라서 재단을 이끌어갈 인물은 탁월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추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산문화재단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서산시는 임 대표의 과거 경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한, 문화재단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산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서산시는 임 대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를 통해 문화재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임진번 대표이사는 지난 2016년 국비·도비·시비 약 35억 원을 투입해 5년간 서산문화도시사업단 단장을 맡아 사업을 운영했었다.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다 외면 당한 몽유송원 프로그램(사진/백승일 기자)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다 외면 당한 몽유송원 프로그램(사진/백승일 기자)

자각과 반성을 통해 온고이지신이 필요할때

서산해미읍성축제의 문제점은 단순히 한 번의 실패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이는 지역 축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우리는 지역 축제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더 나은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막중한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의 큰 흐름에 장애물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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