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8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한 호텔에서 40세 멜리사 라인 라이블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 금발 웨이브 머리, 짙은 화장, 미용 주사. 도널드 트럼프 주변 많은 여성들처럼, 정치 컨설턴트 멜리사 레인 라이블리도 얼굴에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AFP통신
2025년 11월 8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한 호텔에서 40세 멜리사 라인 라이블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 금발 웨이브 머리, 짙은 화장, 미용 주사. 도널드 트럼프 주변 많은 여성들처럼, 정치 컨설턴트 멜리사 레인 라이블리도 얼굴에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AFP통신

(미국=국제뉴스) 이기철 기자 = 긴 금발 웨이브 머리, 짙은 화장, 미용 주사: 도널드 트럼프의 주변 많은 여성들처럼, 정치 컨설턴트인 멜리사 레인 라이블리는 얼굴에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다.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부상하면서, 인맥이 넓고 부유한 공화당 여성들이 주목을 받게 됐다. 미국 언론은 이를 'MAGA 룩'이라고 부른다.

"이게 항상 내 스타일이었다. 내 부류를 찾았다" '안티-워크(anti-woke)' 서비스를 제공하는 홍보 대행사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설립자 레인 라이블리의 말이다.

그녀는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보다 훨씬 더 큰 문제다. 우정이고, 관계다"면서 "MAGA의 그런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이 같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새로운 스타일의 보수주의자들은 대부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개인적 야망을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가치를 지지한다.

9월 MAGA 인플루언서이자 트럼프의 동맹인 찰리 커크가 암살된 이후 고인의 아내 에리카 커크는 찰리가 이끌었던 보수 성향 청년운동단체 터닝포인트USA(TPUSA)를 이어받았다.

남편의 추모 예배에서 전 미스 애리조나 출신인 에리카는 흠잡을 데 없이 화장한 눈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기독교 결혼을 칭송했다. 그녀는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해 보호를 받으라고 가르치는 신약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이 MAGA 여성들은 가족적 가치와 종교적 신념을 표방하면서도, 겉모습에서는 전혀 수줍음이 없다.

스커트와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하고 다니는 이들은 또렷한 눈썹과 짙은 색조를 사용해 얼굴을 조각하는 기법인 '컨투어링'을 포함한 짙은 화장으로 알아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더 도톰한 볼, 도톰한 입술, 세련된 코를 위해 필러와 수술 등 미용 시술을 선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 사진제공/AFP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 사진제공/AFP통신

레인 라이블리는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며느리 라라를 롤모델로 꼽는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젠더 연구 교수인 줄리엣 윌리엄스는 "이를 단순히 패션이나 메이크업에 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류다"면서 "트럼프 MAGA 운동이 2024년 백악관에 다시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젠더 전쟁을 활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매일 두 시간씩 헬스장에서' -

79세의 트럼프는 국수주의적이고 친기업적이며 마초적인 매력으로 많은 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윌리엄스 교수는 "MAGA 얼굴은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가치가 남성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적"이라며, "트럼프가 예전에 미인 대회를 운영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레인 라이블리는 복종이나 강압이라는 개념을 거부한다.

레인 라이블리는 "난 다른 사람의 의지가 아닌 내 의지로 매일 2시간씩 헬스장에 가고, 3주 반마다 머리를 다듬고, 손톱 관리를 받고, 눈썹 관리를 받고, 스킨케어를 받고, 보톡스를 맞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사진제공/AFP통신
캐롤라인 레빗. 사진제공/AFP통신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를 위한 백악관 대변인 자리를 두고 경쟁했지만, 대통령은 결국 오랫동안 자신의 충성파였던 캐롤라인 레빗을 선택했다.

28세의 리빗은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모습의 젊은 어시스턴트들과 함께하며, 그녀는 뛰어다녀야 하는 출장길에서도 하이힐을 고수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MAGA 여성들을 보면 패션의 희생양으로 보지 않는다....전쟁의 화신이다"면서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받아들인다"라고 꼬집었다.

- '아이러니' -

소위 'MAGA 얼굴'을 구현한 여성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람 중 한 명은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이끈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이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제공/AFP통신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제공/AFP통신

뉴욕의 피부과 의사인 다니엘 벨킨은 "긴 머리 붙임머리, 두꺼운 입술, 두꺼운 볼, 메이크업, 속눈썹 연장까지 마치 드래그퀸(여장남자) 하는것 같다"라고 말했다.

벨킨은 MAGA 지지자들이 드랙퀸 쇼에 적대감을 품고 트랜스젠더의 가슴 확대술과 안면 재건 수술을 비난하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생각한다. MAGA 지지자들은 종종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사한 시술을 이용한다.

벨킨은 "아이러니한 건 그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평등적 의료에 그렇게 반대하면서 자신들은 스스로 성평등적 의료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우스 파크'의 최근 에피소드에서는 놈 장관을 성형 수술로 얼굴이 망가진 깡마른 여자로 묘사해 조롱했다. 그녀의 어시스던트들은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얼굴을 고쳐야 했다.

놈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끊임없이 놀리는 건 너무 게으른 짓이다"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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