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률 매우 저조…평균 이용률 30%, 부산 벡스코역 라운지 올해 단 이틀 사용

김희정 "철도공단 유휴공간 활용한다고 수십억 들여 공간 마련하고선 다시 유휴공간으로 만들어…조속히 활성화 방안 마련 해야"

왼쪽쪽부터: (공덕역) 라운지 전경/벡스코역/대전역/공덕역
왼쪽쪽부터: (공덕역) 라운지 전경/벡스코역/대전역/공덕역

(부산=국제뉴스) 김옥빈 기자 =국가철도공단이 철도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창업·벤처 지원시설이라며 조성한 'KR스타트업라운지'가 이용률 저조로 다시 유휴공간으로 전락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의원(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지난 21일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중소·벤처·창업인을 위해 역사 7곳에 총 28억 83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KR스타트업라운지'를 조성했으나, 평균 이용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R스타트업라운지'는 2019년 11월, 국가 철도공단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자상한(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개소한 공간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포텔에 가입한 창업·벤처기업인들은 역사 내에서 무료로 사무업무나 회의를 볼 수 있도록 한 이동사무실이다. 현재 대전역·벡스코역·공덕역·오송역·동탄역·순천역·안산역 등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라운지 조성에는 인테리어, 가구 구입 등 명목으로 △대전역 4억 6000만 원 △벡스코역 3억 원 △공덕역 3억 5200만 원 △오송역 3억 7900만 원 △동탄역 3억 1800만 원 △순천역 3억 9000만 원 △안산역 6억 8400만 원 등 총 28억 8300만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각 개소별로 12~16석의 대회의실, 6~10석의 소회의실, 8~40석의 코워킹(co-working) 존을 갖추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철도역사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라운지를 조성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평균 3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이용가능자를 실제 창업 또는 벤처기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철도공단은 창업지원포털(창업공간플랫폼) 가입자라면 누구나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 지자체 홈페이지에도 이용 대상을 중소·벤처기업인, 예비창업인, 취업준비생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포털에 가입해 라운지를 예약하려면 개업 년 월일을 입력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사실상 이용자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등록증 제출은 선택사항이다. 또 라운지 이용시간 역시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철도공단이 제출한 지난 5간(2021년~2025년 8월) 평균 이용률은 △공덕역이 46%, △벡스코역 4%, △대전역 69%, △오송역 36%, △동탄역 42%, △순천역 6%, △안산역 9%이다.

특히 부산 벡스코역 'KR스타트업라운지'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단 이틀만 사용돼, 이용률이 1%에 불과했다. 사실상 방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철도공단은 '실제 이용 인원 산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공간플랫폼(K-Startup)을 통해 예약 현황만 확인할 뿐, 실제 이용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으며, 누가 실제로 공간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단순 예약 건수를 기준으로 산출된 이용률은 실제 활용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장비나 비품의 파손 등에 대한 대응 역시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가 철도공단 측은 "소관 지역본부에서 CCTV 등을 통해 원격관리하는 등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라운지 내 방문자 대장을 비치해 자율적으로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용객 집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시계방향: 오송역-동탄역-순천역-안산역)
(시계방향: 오송역-동탄역-순천역-안산역)

김희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철도역사 내 유휴공간을 없애겠다며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공간이 이용률 저조로 또 다른 유휴공간이 됐다"며 "철도공단은 창업 또는 창업준비생뿐만 지역주민들도 해당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라운지 사용대상을 확대하고, 이용률 제고를 위해 이용시간도 조정(야간·주말 개방)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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