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무원 1만4,208명 설문 결과, 15.4% ‘모시는 날’ 경험
경험자 3분의 1이 저연차 공무원… 사기 저하·공직 이탈 우려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낡은 조직문화로 지적받아온 ‘모시는 날’이 여전히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공무원 1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5.4%가 올해도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월 17일부터 10월 6일까지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모시는 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모시는 날’은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소속 부서의 과장, 국장 등 상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으로, 청탁금지법상 부적절한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성곤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전면 조사와 근절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실시한 조사에는 전국 공무원 1만4,208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2,187명(15.4%)이 ‘올해 들어서도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1,864명, 중앙부처 공무원이 276명, 기타(비공개 요청) 47명으로, 지방 현장에서의 관행이 여전히 뚜렷했다.
지난해 위성곤 의원실이 지방공무원 1만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5,514명)가 최근 1년 내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올해 조사에서도 지방공무원만 대상으로 보면, 경험률이 18.6%로 크게 낮아지며 감소세가 확인됐지만, ‘모시는 날’은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관행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 경험 빈도를 묻는 문항에는 월 1~2회가 37.8%로 가장 많았고, 주 1~2회가 34%, 분기별 1~2회가 22.8%로 조사됐다. 참여 형태 역시 ‘비용과 참석이 의무적이다’는 응답이 29.9%, ‘비용 혹은 참석이 의무적이다’는 응답이 40.0%,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응답은 25.5%에 불과해, 여전히 강제적 분위기가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위계 중심 관행이 남아 있어서’가 28.3%로 가장 많았고, ‘조직 내 인사평가와 연결되어 있어서’라는 응답도 21.6%에 달했다.
특히 모시는 날 경험자 가운데 5년 이하의 저연차 공무원이 32.8%(717명)으로 낡은 조직문화가 저연차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공직 이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시는 날 등 부당한 조직문화를 신고할 수 있는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센터가 설치·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곤 의원은 “신고와 보호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근절 의지만 외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조사 통계에 만족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문화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자유서술 항목에는 “2월 이후 없어졌다”, “연초에 시행되다 지금은 안 한다”등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는 의견이 다수 제출되어, 위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 이후 실제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이 다수 확인됐다.
위 의원은 “낡은 관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건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근절될 때까지 정부가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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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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