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판례 분석..."실제 복구 여부가 핵심"
- "계약서 조항만으론 자동 공제 안 돼"...별도 약정 입증 필요
- "퇴거 시 현황 기록 남겨야"...제소 전 화해로 사전 분쟁 예방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가 13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원상복구비용 공제의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이 원상복구 의사 없이 임차인의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해당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이 임대차보증금소송에서 원상복구비용 청구시 중요한 기준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명도소송 접수 건수는 3만5593건으로 전년(2만9910건) 대비 19% 증가했다. 같은 해 전세금반환소송 본안 접수도 7789건으로 전년(3720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엄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과 점유 회복을 둘러싼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임대차보증금소송에서 원상복구비용 공제 범위 판단이 실무상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논의 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 사안은 원상복구 약정금의 법적 성격이다. 해당 사건에서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시 원상복구비용으로 1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자, 임대인은 원상복구 약정금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대법원은 "원상복구 약정금은 임차인의 당연한 채무가 아니라 별도 합의에 따른 채무"라며 "임대인이 채권 양도 통지에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면 이후 약정금을 들어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엄 변호사는 "실무에서 임대인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있다고 해서 보증금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이 아니다. 별도 약정에 의한 채무이기 때문에 임대인이 채권 양도 시 이의를 명확히 보류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장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쟁점은 임대인의 실제 복구 의사 여부였다. 해당 사건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변경한 시설과 구조를 원상복구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재임대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복구 의사 없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다면 원상복구비용은 실제 발생하지 않는다"며 공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 변호사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임대인이 '나는 복구할 생각이 없어, 그냥 이대로 쓸 거야'라고 하면서 복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법원도 이런 경우 실제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는 이어 "임대차보증금소송에서는 계약 조항만이 아니라 실제 사용 관계와 복구 의사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며 "임대인이 공제를 주장하려면 실제 복구 작업을 진행하거나 비용 지출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양도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전액을 지급해야 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들에게 실질적인 조언도 내놨다. "퇴거 시 현황을 사진과 서면으로 꼼꼼히 남겨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내가 이렇게 깨끗하게 비워줬다' '이 시설은 원래 있던 거다'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그는 또 "필요하다면 제소 전 화해 같은 절차를 통해 보증금 정산 내역을 사전에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약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도 나중에 소송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임대차보증금소송은 단순한 금전 분쟁을 넘어 임대차 관계의 신의성실 원칙과 직결된다. 이번 판결은 보증금 공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향후 임대차보증금소송과 명도소송 모두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종료 시점의 상태와 복구 의사를 명확히 문서로 남기고, 애매한 부분은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최선의 분쟁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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