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터전이 구조 현장...꾸준한 안전 활동으로 한강의 숨은 시민 구조대

(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꾸준한 안전 활동으로 한강의 숨은 시민구조대로 활약한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모범시민 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은 어민 유정필(59)씨와 김필준(64)씨(사진). 이들은 지난11일,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열린 ‘2025년 고양특례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했다.
두 사람은 한강하구에서의 신속한 인명구조 활동과 지속적인 안전 감시로 공동체 안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이들이 한강 위에서 지켜온 공동체의 가치를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징적 순간이다.
이들은 생업인 어업활동이 아니라 한강하구를 지키는 ‘물 위의 파수꾼’으로서 보여준 헌신 때문에 많은 시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이 속한 행주어촌계의 구조 활동은 제도권 공공 시스템이 닿지 않는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한강하구는 물살이 세고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긴급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런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구조에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행주어촌계 어민들이다.
행주어촌계는 단순한 어업단체를 넘어 한강하구의 수상안전망 역할을 꾸준히 맡아왔다. 한국해양구조협회와 함께 ‘행주구조대’를 운영하며 조업과 동시에 구조·수색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또 한 번 소중한 생명을 구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8월11일 오후5시25분, 행주대교 인근에서 한 여성이 강물에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했다(국제뉴스8월11일자'[단독]행주어촌계, 한강 행주대교에서 떨어진 여성 구조' 참조).
한강에서 조업을 준비하던 김필준·유정필 씨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즉시 어선을 몰고 나서 거센 물에 빠진 여성을 구조했고 한강경찰의 응급처치로 여성은 의식을 회복했다.
또 2023년 6월15일 새벽에는 가양대교 인근에서는 투신한 고등학생이 스티로폼 부표를 붙잡고 밤새 강 위에서 버티던 중 조업하던 김홍석(67)어민에게 발견돼 구조되기도 했다.
특히 2019년 8월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강몸통시신사건’ 당시에도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하고 경찰과 함께 한강 하구 12㎞ 여 구간을 수색해 시신 주요 부위를 발견,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김필준 씨는 8년여 전부터 행주대교와 가양대교 사이에서 어업과 구조 활동을 병행해왔다. 그는 “강 위에서 먼저 사고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게 어민의 장점”이라며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나선다”고 말했다.
유정필 씨도 “한강을 생업 현장으로 하는 행주어민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며 “한강에서 일어나는 사연들은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행주어촌계는 인명구조뿐 아니라 한강 환경 보전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덕양구 행주외동 일대에서 방치된 폐어구를 수거하는 캠페인을 펼치며 수질·생태계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허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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