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쉼터인가, 시설물 전시장인가? 변화의 기로에 선 호수공원

맹정호 전 충남 서산시장이 서산중앙호수공원에 약 19억 원을 투입해 새롭게 조성한 시설물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맹정호 전 서산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맹정호 전 충남 서산시장이 서산중앙호수공원에 약 19억 원을 투입해 새롭게 조성한 시설물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맹정호 전 서산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서산=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최근 서산중앙호수공원의 개발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맹정호 전 충남 서산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맹정호 전 서산시장은 "호수공원을 상징했던 늙은 미루나무가 베어져 사라졌다. 쓰러질 위험이 있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어린 버드나무가 심어졌지만, 시장실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라며 "미루나무는 단지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마을의 풍경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호수공원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추억이 베어진 자리, 개발의 민낯 드러내

맹정호 전 서산시장은 "오랜 세월 호수공원을 지킨 미루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었다. 공원을 오가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의 일부였고,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상징이었다"라며 "안전을 명분으로 제거되었다지만, 그 결정 과정에서 '호수공원다움'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었다.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된 쉼터는 젊은 부모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곧 걷기 불편하다는 민원에 직면했다"면서 "결국 시설의 위치를 조정해야만 했던 경험은 호수공원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그만큼 민감한 공간인지 보여준다. 편의를 위한 시설물 설치가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긴 셈"이라고 말했다.

'콩나물시루' 논란, 호수공원의 미래는?

최근 호수공원에는 각종 시설물들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시민 편의 증진을 위한 시도라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콩나물시루처럼 답답하다", "호수공원의 본질을 잃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맹정호 전 서산시장은 "호수공원은 이름 그대로 호수를 중심으로 자연을 만끽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숨통을 여주는 '녹색 허파'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며 "새로운 시설물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호수공원의 개방감과 자연 친화적인 특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호수공원은 '호수공원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복잡한 시설물로 가득 찬 유원지가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때로는 '불편함' 속에 진정한 '미학'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역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민원을 수용하려다 오히려 그 어떤 민원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호수공원은 호수공원다워야 한다

이제 호수공원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시설물을 늘리는 것을 넘어, 호수공원의 고유한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그리고 모든 시민이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사라진 미루나무가 남긴 아쉬움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호수공원의 현재와 미래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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