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의 추세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명실공히 당내 대선 후보 1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실상 2위다. 김 지사는 오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와 회동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정‧경 개혁 합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 대표는 “중도실용주의와 포용의 가치”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앞둔 이번 회동을, 우클릭 ‘정체성’ 논란을 받았던 이 대표의 경우 ‘포용과 통합’의 이미지를 각인, 경선 등의 흥행카드로 활용하고, ‘배은망덕’의 거짓 프레임 공격을 받고 있는 김 지사는 ‘존재감’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제안을 김 지사가 수락한 이번 회동은 지난해 11월 수원 못골시장 동행에 이어 두 번째다.

▷이재명, '중도실용' 민주당 가치…당내 포용‧통합 강조 =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중도보수 발언이 당내 계파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당 내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해 친문계 잠룡(김동연, 김경수, 김부겸, 임종석)들의 비판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최근 이 대표는 당내 분열 진화를 위해 '실용주의' 메시지를 내고, '포용과 통합' 행보에 나섰다.
오는 28일 김 지사와의 회동에서도 ‘중도실용과 포용’ 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사 한 측근은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나 도지사 재직 당시에도 실용주의를 강조했다”며“오는 김 지사와의 회동에서도 세제 개편이나 주 52시간제 등과 관련해 실용주의, 포용 등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 역사는 진보적 가치라고 하는데, 민주(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의 가치는 실용주의(이념보다 국민의 삶 개선을 최우선으로 두는 정책방식)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1월 26일 트위터(X)에도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실용주의자다.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보수, 진보, 좌, 우 가리지 않는다”고 적었다.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민주당은 중도정당”으로 규정했고, 강성지지층에는 “민주주의 산물인 정당에선 훨씬 더 치열한 논쟁과 비판이 공존하는 것이 당연하고 권장해야 할 일”이라며 ‘포용’을 강조했다.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중도보수논쟁을 두고 “세상을 흑백, 오로지 진보, 보수로 해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느냐”고 했다. 이 발언은 '우클릭이나 좌클릭은 진영간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에 불과하고, 자신의 중도실용주의에 대한 정당성을 지나치게 공격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 24일 만찬회동에서 이 대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도 "겸허하게 많이 듣겠다. 온 국민이 국가와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돼서 저도 그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고, 21일 박용진 전 의원에게도 “당 일을 하다 보니까 내 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도 더 힘들다. 박 의원이 가슴 아픈 걸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는 “많은 분의 지적처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민주당이 더 크고 넓은 길을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7일에는 임종석 전 의원과 오찬을 한다.

▷지난 지방선거 민주당 수호했던 김동연, “미래시대 위해 개헌 필수” = 김 지사는 24일 방송사 인터뷰에서 “탄핵은 탄핵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정치‧경제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민의 신세를 졌지 다른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을 위해서 제가 헌신했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진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던 분들이다. 민주당은 유능한 진보 정당”이라고 했다. 주 52시간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기존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 측의 ‘중도보수’ ‘배은망덕’ ‘개헌’ 발언 등 관련 대척점에 선 언사인데, 김 지사는 오는 28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한 측근은 “‘개헌’은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전, 새물결 김 후보와 민주당 이 후보가 한 합의”라면서 “김 지사는 이번 회동에서 정치‧경제 개헌을 포함해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둘은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개헌(20대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 책임총리 도입), 정치개혁법안(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3선초과 연임금지) 등이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를 전제로 한 합의다. 최근 이 대표는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며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이번 국회에서 정치개혁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또 다른 김 지사 측근은 “최근까지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이 대표 측”이라며 “김 지사에게 배은망덕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거짓 정치적 공작’‘오히려 배은망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물결 대선주자로서 합당을 통해 ‘이재명’의 대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며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가 인천 계양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하면서, 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고, 김 지사의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3월 대선 직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당내 5선의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시장과의 경선을 치러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당시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사전투표 첫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해 김 지사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도 5대 3정도였다. 김 지사 측근은 “김동연 캠프 측은 오히려 이 대표와 선을 그을 정도였다”며 “김 지사의 승리가 민주당의 참패를 막았다”고 회고했다.
김만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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