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국회의원(국제뉴스DB)
이명수 국회의원(국제뉴스DB)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OECD 통계 및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조사대상 OECD 37개국 중 1위였고, G5 국가평균(14.4%)의 약 3배에 달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더 심각한 일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의 급격한 하락과 기대수명의 급격한 상승으로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기준 17.3%로 G5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45년에는 37.0%로 세계 1위인 일본(36.8%)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미래 세대의 노인부양비는 급속히 상승할 뿐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에 막대한 세금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는 꿈도 꾸지 않았던 2017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6~2060년 장기 재정전망’을 바탕으로 현재 경제부총리인 추경호 의원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2016년 말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증세하면 7세인 아이는 50세가 되는 시점에 현재 부모들이 내는 세금의 16배인 1억 2873만 원(당시 가치 기준)의 세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50세가 될 때는 8825만 원(지금 부모 세부담의 11배), 27세의 사회초년생은 50세 때 지금 자신이 내는 세금의 7배인 5329만 원을 내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16배-11배-7배, 이러고서는 도저히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복지를 형편없이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경제체질을 튼튼히 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조세 기반도 확충하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문재인 정권 때 재정을 더욱더 악화시켰기 때문에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계산하기조차 겁난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재정수지(수입-지출)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65세 수급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현재 34~35세 전후)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며,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 급증으로 미래 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한경연은 진단했다.

이러고도 국민연금 개혁을 국민연금만의 개혁으로 가느다란 생명 연장을 한다면 20·30세대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30세대의 특징은 당장의 이득보다는 미래 희망의 가능성에 꿈을 심고 판단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금개혁을 바라보는 그들의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절망’이고, ‘외면’ 이고, ‘될 대로 돼라’라는 포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연금 보험료는 강제로 따박 따박 내야 하니 어디에다 항변도 못 하는 ‘연금개혁 세대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연금개혁에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개혁의 주체들은 정말로 정당하고, 합리적인 개혁의 철학을 무엇으로 삼을지 각성해야 한다. 미래의 연금은 자기 책임의 원칙(self responsibility principle)이 기본이 되고, 국가는 넛지(nudge)의 형태로 지원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의 원칙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원칙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충분히 납득되는 것이 수리적 수치에 매달리는 개혁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20·30을 포함해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도록 유도하는 부드러운 정부의 개입이 되어야지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개혁을 강요한다면 저항만 있을 뿐이다.

물론 G5 국가들도 공적연금 재정 안정화 측면에서 공통으로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상향했고, 인구구조 등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급여연동기준을 변경하여 연금급여액 상승 폭을 낮췄다. 나아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이들 국가는 공통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조금 또는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사적연금을 도입했고, 미국, 독일, 영국은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해 사적연금 가입률을 제고했다. 분명한 것은 연금개혁이 공적연금개혁만이 아니라 사적연금 특히 퇴직연금 개혁을 병행했다는 것이고, 퇴직연금 활성화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점들은 한경연이 정리한 <표>에서 잘 알 수 있다.

<표> 주요국 연금개혁 사례

※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19.8월)」, 국민연금공단「해외주요국 연금개혁 사례 및 시사점 연구(’19.3월)」, 보험연구원「OECD 국가의 연금정책과 시사점(’20.1월)」 등을 한경연에서 재정리한 것을 인용함.

본 칼럼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연금개혁이든 미래 세대인 20·30의 명시적·묵시적 동의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고 그렇게 추진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즉, 연금개혁추진에서 20·30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한다는 것은 장년층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20·30세대들의 미래 부담이다. 이들의 생각이 반영 안되고 있는 현재의 연금개혁 논의들은 20·30 세대들을 합목적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 당연히 이들의 동참도 유도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극복 아젠다가 돌이킬 수 없는 국가 갈등 증폭의 아젠다로 변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20·30을 연금개혁에 동참시키는 것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적·지식적 한계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컨대, 국회 개혁위원회나 정부의 개혁부서에도 이들의 대표를 동참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각종 회의 때마다 기업들이 ‘고객의 자리’를 만들듯 ‘20·30 동참의 자리’라도 만들어야 이들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직접 참가할 수 있으면 더욱더 좋다. 무슨 개혁이든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먼저이고 다음이 구체화일 것이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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