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국제뉴스)김만구 기자 = 김동연 경기지사와 경기도의회 반수(半數)를 차지한 국민의힘 관계가 오히려 ‘협치의 늪’에 갇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 지사의 1호 정책인 민생추경과 경제부지사 임명에 대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 13일 김 지사, 곽미숙 국힘 대표,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찬을 가졌지만,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다. 이날 김 지사는 낮은 단계의 협치, 곽 대표는 연정에 준하는 협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음식점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남종섭(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곽미숙(국민의힘) 대표의원 등이 도지사-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1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음식점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남종섭(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곽미숙(국민의힘) 대표의원 등이 도지사-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복수의 오찬 참석자에 의하면 이날 수원 우만동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오찬에서 김 지사가 ‘(경제부지사)협의는 충분히 한 것 아니냐’며 ‘임명하겠다’고 하자 곽미숙 대표가 ‘이렇게 하는 것이 협치인가’라고 했고, 김 지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답을 달라’고 되묻자 곽 대표가 ‘그러면 경제부지사 추천권을 우리에게 줄 것인가’라고 하자 김 지사의 표정이 굳어졌다고 한다. 

이어 김 지사가 ‘민생 추경이니만큼 빨리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자 곽 대표가 ‘불필요한 예산은 덜어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하는 등 식사시간 중간중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한다.

김 지사는 지난 10대 의회에서 통과시킨 경제부지사 조직개편안 조례에 대해 11대에 입성한 국힘과 협치를 마친 후 공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경제부지사 추천권을 국힘에게 제공하는 것은 연정(聯政)에 준하는 협치에 해당한다.

국힘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추경이나 경제부지사 관련한)협의를 충분히 했다고 하는데 이날 보니, 통보나 논의에 불과했다”며 “집행부와 의회간 논의는 당연한 절차다. 협치라는 것은 양보할 것을 양보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이나 경제도지사 현안 등을 먼저 던져놓고 그냥 받아라 하는 식은 진정한 협치가 아니다”며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은 김 지사”라고 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민주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김 지사와 곽 대표간의 ‘협치의 기준’이 달라 오히려 오찬을 통해 관계가 더 악화됐다”면서 “당대당 협의보다 김 지사와 곽 대표간의 협치에 대한 입장차 해소가 우선 선행돼야, 의장 선출·상임위 배정 등의 문제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의회외 도청 안팎에서는 인수위 단계에서 일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전략의 실패로 김동연 호의 초반 스텝이 꼬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연 인수위가 지난 10대 의회에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고, 1조3천억원 대의 민생추경을 곧바로 추진하면서 오히려 국힘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섣부르게 핵심현안을 추친하면서 불필요하게 11대 의회에 입성한 국힘 의원들을 자극한 것 같다”면서 “지방의회의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복수의 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11대 의장 선출 이후에 조직개편안과 추경안 제출 등의 절차를 진행하자고 인수위에 보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민주와 국힘의 이견으로 의장선출이나 상임위 구성도 못하는 상황인데, 성급한 사업추진으로 꼬인 실타래가 더욱 꼬인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 도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지사에 이어 도지사까지 차례로 나서 국힘 대표에게 추경안 협조를 구하는 등 자신의 패를 다 꺼내놓고 협상에 임해 국힘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라며 “평화부지사를 우선 임명하고 조직개편하거나 추경을 8월로 늦추거나 공공기관 임원 등의 공모절차를 선행하는 등 조직의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됐어야 한다. 일의 순위가 바뀌면서 스텝이 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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