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이재명 현상 고조되는 경기도
미니 대선 급 후보 군 화려한 경합
경기도에 진심인가? 유명세보다 진정성 가려내는 안목 절실해

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사진제공=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사진제공=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 이번에는 지방선거다. 지역마다 번화가 대형빌딩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출사표를 낸 정치인들의 이름과 기호가 빨갛거나 파랗거나, 형형색색 휘날린다. 각 지자체마다 새 수장의 탄생을 기다리며 출마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대통령도 중요하지만 서민의 삶에는 지역 일꾼의 실천이 더 절실하다.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두 가지 방향이다. “누가 나오나? 이곳에 진심일까?”

지자체장 선거 중 가장 뜨거운 곳, 경기도는 출마 홍수가 났다. 한마디로 ‘경기도, 별의 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고문의 후광이 어린 경기도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의 찐 동지’로 불리는 조정식 의원이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고 지자체장 선거에 도전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5선에 이르는 동안 한눈 한번 팔지 않았기에 전국적 인지도는 낮다. 그러나 지역과 정치권에서 조정식 만의 능력과 인품,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보좌관 사이에 ‘함께 일하고 싶은 정치인’으로 꼽히며 일찍이 민주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거쳐 전문성 면에서 탁월하다. 시흥에 서울대학교를 유치했고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GTX 사업에 정통해 추가정차 역을 구상 중이다. 이재명 고문이 민주당의 아웃사이더이던 시절부터 후견인처럼 함께 했던 행보는 ‘이재명 찐 동지론’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김동연 새물결당 대표도 경기도를 택했다. 민주당 내에서 서울로 출마를 기대했으나 당선가능성이 낮은 서울보다는 경기도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지명도가 높은데다, 이재명의 뜻, ‘명심’이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으며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충청대망론’을 띄우며 충청도 음성에서 대선출마선언을 했지만 지금은 경기도 20년 거주를 강조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했다. 대선후보 탈락 후 활동이 뜸했던 유 전 의원은 은퇴냐? 출마냐? 를 고심하다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정했다고 한다. 은퇴를 고민했다면 자신의 정치이력에서 일정부분 실패를 자인한 셈인데 경기도지사 출마와 등가로 저울질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다. 경기도와 어떤 인연도 없다보니 메시지를 내는 양상이 묘하다.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이재명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는 부정적 프레임에 머문다. 출마선언 직후에는 “이재명 전 지사가 잘한 것은 계승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수술”이란 강한 부정 프레임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경기도는 대선 급 후보들의 싸움터가 되었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약해 존재감을 높인 김은혜 의원까지 가세하니 별의 순간을 맞은 경기도에 폭죽까지 요란한 듯하다. 사실 김은혜 의원은 의정 활동 2년을 채우지 못한 초선이다. 그러나 앵커출신으로 낯이 익다보니 정치인으로서 경륜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에는 MBN과 KT 이사로 거의 10년간 일했다. 근래, 공익보다는 기업체 간부로 투신한 세월이 길었다는 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재산신고내역을 보면 김 의원은 225억여 원으로 국회의원 중 6위에 올랐다. 남편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이다. 소외계층이 많은 경기도의 살림을 현실적으로 챙겨야할 리더로서 지나치게 상위그룹에 속한 것 아닌가 싶다. 그의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게 이재명 저격이다. “대장동 부당이익 돌려드리겠다”는데, 청와대 돌려드림에 이어 자꾸 돌려드린다는 표현이 다소 거북하다.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 이재명저격수로 명성을 이어 가고 싶은 것인지 헛갈릴 정도이다.

경기도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46만 표를 더 준 지역이다. 대선 패배에도 정치인 이재명의 영향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위드 이재명’ 현상을 국힘당 관계자가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이다. 어느 당은 이재명을 계승하고자, 어느 당은 이재명을 지우고자, 총력전을 벌인다. 그러나 경기도의 별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6월1일이 지나면 경기도민들은 선거결과에 따라 아주 다른 3년을 맞게 된다.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율이 문재인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은 작금의 현실 앞에 유권자의 향방이 미지수다. 경기도에 진심인 정치인, 그 진정성을 가려내야한다. 불나방의 화려한 군무에 시야가 어지럽더라도 말이다.

<필자 프로필>

KBS아나운서/TBS아나운서부장/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교양학부), 경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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