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하남사범대학교 국제정치학 선옥경교수 (中国河南师范大学 宣玉京教授)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 종식을 맛보기도 전에 또 다른 신냉전 기류에 말려들 위기에 있다. 미·중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격돌하는 양상은 마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게 아니냐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치열한 경쟁은 마치 태풍 같은 바람을 몰고올 기세다.
미·중 갈등과 마찰의 심화는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의 범위를 확대했다. 2000년도만 해도 세계경제 점유율이 미국30.4%, 중국3.6%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지만, 중국은 2006년 독일을 추월하였고 작년 2019년에는 미국 24.8%, 중국 16.3%로 급속하게 차이가 줄어 들었으며 이제는 1위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당시 중국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게 미국이라면 현재 또다시 이를 저지하고자 발벗고 나선 것도 미국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라는 다짐으로 핵심 산업 통신업체인 화웨의 강제 퇴출, 반도체 공급 중단, 심지어 중국 모바일 앱 틱톡을 미국 기업에 팔지 않으면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협박하는 등 환율 및 금융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중 억지 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미·중은 2019년 미국정보국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는‘중국은 이념적 지정학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다’라고 단정하고, 미의회 보고서에‘중국을 막지 못하면 미국의 평화 안정 번영이 없다’ 라며 중국의 홍콩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대만해협 등지에선 군사 대결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나홀로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젠 독불장군처럼 혼자 힘으로 중국을 상대하기에 벅참을 인식한 미국은 완전 포위 목적으로 인도·태평양 군사연대와 미국 주도형 경제동맹(EP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 근저에는 최근 중국-호주 관계 악화, 중국-인도간의 국경분쟁, 중국-베트남의 남중국해 갈등, 일본의 친미외교, 한국-미국 동맹, 코로나19로 세계보건기구 늦장대응으로 인한 반중 정서 격화 등이 있다. 특히 대만을 두고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9월17일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키스 크라크의 대만 방문에 중국은 즉각 대잠수항공기 2대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으로 보냈다. 더구나 이번 7일 대만 입법원이 미국과의 국교 회복 및 미군에 대만 방위협력 요청 등 2개의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중국은 당장이라도 대만과 무력 충돌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중국을 겨냥한 공격이 차원이 다르게 격해짐에도 미국과의 대립에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8년 중국정부의 해외고급인재 영입 프로젝트 천인계획(千人计划)에 대하여 미국은 산업 스파이라고 비판하며 미·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이 7월21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최악의 스파이 활동 지원 장소라는 이유로 폐쇄했다. 이에 일방적 명령을 내린 미국에 황당함을 표현한 중국은 ‘모든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며 7월24일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대응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사상 첫 영사관 퇴출이지만, 중국은 미국 대응에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1월3일 미국에 곧 있을 대선 결과를 보면서 구체적 대응 방안이 나올 것이다. 미국 대선 후보자인 트럼프와 원론 원칙을 강조하는 바이든 모두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보이면서도 미국 경제나 재선에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 대중 압박은 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중 패권속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은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이 대중봉쇄 정책인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하였고, 이에 맞서 중국은 일대일로와 한국의 발전전략 계획의 연계 강화로 한·중자유무역협정 FTA2단계 협상 타결, 무역투자 인공지능 등의 실질적 협력의 강화를 제안한 상태이다. 그 동안 안미경중(安美泾中) 정책을 유지해온 한국은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서 과연 안미경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패권국인 미국 동맹관계만 치중하였다면, 21세기에는 대국의 길을 가고 있는 중국관계 유지가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은 자칫 잘못 판단한다면 국운이 기울 수 있는 위기상황인 만큼 외교정책 및 결정에 있어 중요성이 강조된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 10위인 중견국답게 중심 있는 자세와 안목이 필요하고, 반도체, 화학원료, 배터리 등 파워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기술과 능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갈 필요가 있다. 게다가 우리는 한반도 평화안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대국인 미·중 모두 한국에 우호적인 국제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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