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막지한 프랜차이즈의 물량공세에 동네 빵집은 어느새 추억 속에 장소가 되어 버렸지만‘박종근과자점’만은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다행히 건재하고 있다.
박종근 대표는 형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일을 도우면서 빵이라면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15년 전 빵집을 오픈했다.
당시 대기업에서 만든 프랜차이즈 본점이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에게는 맛에서 만큼은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젊은 패기가 있었다.
"가장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가격은 대량생산하는 프랜차이즈와 경쟁해야하니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동네 빵집은 살아남을 수 없는 수익구조 속에서도 그는 오로지 빵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매일 3시 50분이면 일어나고 11시 반에 문을 닫는 생활을 계속해 왔다.
“한번은 소보로 빵 70개를 주문 받은 적이 있었는데 며칠 후 그분의 동생분이 미국에서 전화가 왔었고 실제로 한국에 오셨을 때 찾아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어요. 또 10년 이민 생활을 끝내고 오셨다는 분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달려 온 경우도 있었죠.”
박종근과자점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는 단팥빵, 소보로팥파이, 슈크림빵, 생크림 소보로, 치즈케익 등이다.
특히 이곳은 당일생산 당일판매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남는 빵은 전량 박 대표가 다니는 교회와 상가 교회 목사님이 운영하고 있는 양로원, 사당동의 고아원으로 보내져 나눔 또한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70여 가지의 한약재를 가지고 신제품을 개발하여 허브바게트와 허브식빵을 새롭게 출시하였는데,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반응이 상당히 좋다.
"제 큰 아들이 자신의 꿈이 호텔의 제과제빵사라더군요. 왜 수많은 직종 중에 하필이면 이 힘든 길인가 싶었는데, 정말 하고 싶다면 프랑스로 유학을 보내 진짜 실력자로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 가까이 어느 곳에나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어 편리해졌지만 그 편리함 이면에 우리는 다양한 제빵사의 고유의 맛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해왔는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해도 나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역사와 스토리를 간직한 빵집 하나 정도는 대한민국 땅에 존재해도 좋지 아니한가?
지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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