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륙아주 선거 전담 고문 안병도
법무법인 대륙아주 선거 전담 고문 안병도

국민들은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축제라고 말하지만 후보자에게 그것은 정치권력의 획득을 위한 치열한 전쟁이다. 그 치열한 선거전은 내부의 전쟁인 당내경선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후보와 본선거전을 치른다.

그런데 선거전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마지막은 법정에서 치르는 법(法)전쟁이다. 여기에서 당락이 좌우되기도 한다.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기본적으로 당해 선거일후 6개월을 경과하면 끝이 난다. 그러니까 마지막 전쟁은 선거일인 6월 1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선거전의 막이 내린다.

그런데 만약 당선인을 포함하여 누구라도 선거일후에 선거운동의 대가를 제공하는 등 선거범죄가 발생하면 공소시효는 그때부터 새롭게 시작하여 또다시 6개월을 경과한 시점에 완성된다. 선거일후에 발생하는 선거범죄에 있어서 공소시효는 행위시점이 기산점이 되므로 이런 경우 공소시효는 종기(終期)가 없는 셈이다. 그리고는 다음 선거의 전쟁이 시작된다. 선거는 끝없는 전쟁이다.

우리는 흔히 현행선거법의 특징을 한마디로 “돈을 묶고, 입을 풀었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선거라는 것은 돈과 조직과 메시지로 싸우는 전쟁이다.

정권 쟁취를 위한 선거에서 아무리 “돈을 묶었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돈은 보이지 않는 통로로 들고 나기 쉽다. 그리고 “입을 풀었다”하더라도 그것은 몇 십 년 전의 얘기이다. 현 시점에서 보면 현행 선거법은 여전히 “선거의 자유”보다는 “선거의 공정”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지금 현행선거법은 “입을 풀었다”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적지 않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현행 공직선거법은 법정 선거사무원이 아닌 선거운동자원봉사자들은 각자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구라도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면 기부행위제한금지위반죄에 해당된다. 그런데 우리의 선거문화와 선거운동의 현장에서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나의 예이지만 공직선거법의 규정 내용 중에 선거운동 현장과는 거리감이 있는 규정이 적지 않다.

또한 현행 선거법이 워낙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고, 선거운동의 제한·금지규정과 벌칙이 세세하고 촘촘하게 짜여있기 때문에 당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라면 선거법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선거관리를 30년 넘게 경험한 나 자신도 선거판에서 인생을 보낸 베테랑 선거운동관계자들 중 공직선거법을 잘 안다고 자신하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선거 현실에서 선거에서 당선된 자라면 어느 누가 선거범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

공직선거법은 신약성경보다도 그 양이 많다. 그 엄청난 양의 선거법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호기 있게 선거법의 첫 장을 열자마자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행 선거법이다.

공직선거법의 벌칙은 매수죄 관련 7개, 선거자유방해죄 관련 12개, 허위사실공표·비방죄 관련 7개, 선거운동기간·기부행위·선거비용 등 규정 위반죄 7개를 포함하여 총33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선거비용을 포함한 정치자금에 관련된 범죄는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그 법에도 정치자금부정수수죄를 비롯하여 5개의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 개별 규정에는 수십 개의 제한·금지규정이 연결되어 있어 그야말로 선거법은 난마와 같이 얽혀있다.

공직선거법의 곤혹스러움은 법(法)전쟁의 마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선거범죄와 관련된 소송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분량의 선거운동규정과 제한·금지규정을 연계하여 벌칙을 분석할 줄 아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선거범죄라는 것이 대부분 소위 ‘목적범(目的犯)’이기 때문에 내심의 의사인 고의(故意) 외에 또 다른 내심의 의사인 ‘선거운동의 목적(目的)’이 범죄 성립의 요소가 된다. 이 두 가지 내심의 의사에 대하여 적절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의 변천, 정치현장의 실상, 정당의 구조와 행태, 선거전략, 선거기획사와 선거캠프의 운영실태 등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을 갖추어 법리를 설명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선거법 전담 고문 안병도-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