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간판갈이’, ‘상호·레시피 베끼기’ 부정경쟁행위 해당될 수도

권대현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국제뉴스DB)
권대현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국제뉴스DB)

모방이 곧 창조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하늘 아래 모방을 거치지 않은 새 것은 없다. 창의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훈수를 두면서 많이 회자되는 말들이다.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는 부제를 가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것을 베끼고 훔친다.

프랑스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은 그가 사회적인 한에서는 본질적으로 모방적 존재이고, 모방이 사회를 형성하는 원동력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쯤 되면 남의 것을 베끼고, 훔치고, 모방하는 것은 인류의 DNA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작하는 과정은 항상 고통스럽고 그 효과는 언제나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로 진화되지 않는 모방은 ‘카피’이며, ‘짝퉁’일뿐이다.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는 혁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현대 지식재산법 체계하에서는 그저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대한민국이 헬조선인가 논란은 거세지만, ‘짝퉁 대한민국’이라는 데는 반박이 불가한 지경이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위조상품 단속결과 형사 입건이 376명이고, 압수한 위조상품은 무려 630만여점이다. 내국인 특허 출원율이 GDP 대비 및 인구 대비 모두 전세계 1위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순된 현상이다. 혁신과 짝퉁이 첨예하게 경쟁하며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중에는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권리가 등록되어 보호받는 것도 있지만, 등록될 수는 없더라도 보호받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도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상품주체 혼동행위, 영업주체/영업시설 혼동행위, 상품형태 모방행위, 저명영업표지 희석행위,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권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유명한 2016년 벌꿀아이스크림 모방행위 소송에서 상품의 형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나 착상 또는 특징적 모양이나 기능 등이 동일하다고 인정되었음에도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지 못하였다. 오래 전부터 프랜차이즈업계에서 타인의 아이디어나 성과물을 쉽게 베끼는 악습이 횡행하여 온 이유가 이러한 권리 보호의 공백을 틈타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사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성과물 무단사용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외식업종에 이를 적용해 보면, 매장의 브랜드, 인테리어나 전체적인 컨셉트를 완전히 유사하게 베끼는 것뿐만 아니라, 레시피, 영업 노하우 등 투자와 노력을 들여 나온 성과물을 베끼는 것이면 모두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맹점이 본사와 가맹계약이 종료된 후 외관, 인테리어, 주방시설, 테이블, 메뉴, 조리방법 등을 모두 그대로 유지한 채 상호만 바꾸는 소위 ‘간판갈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무단사용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자문하는 대형 외식프랜차이즈업체도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명 맛집의 상호와 레시피를 베낀 소위 ‘짝퉁 식당’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부정경쟁행위의 여러 유형에 대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므로 법원으로서는 이를 다소 인색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외식업종에서 이를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외식업종에서 이를 적용한 새로운 판결이 있었다. 서울과 부산의 고기구이 맛집간에 동일한 상호 사용을 금지하게 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지리적 명칭과 보통명칭이 결합된 상호였으니, 한 곳이 먼저 55년간 영업을 해왔던들 상표 등록이 될 수는 없다. 상표법상으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영업표지라는 것이 분쟁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게임의 룰은 상표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이고, 핵심은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여부였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에서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므로 소비자에게 혼동가능성을 야기할 만한 성과물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반면 2심에서는 두 식당의 간판·불판·곁들임 메뉴는 매우 유사하고, 소비자들이 피고 식당을 원고 식당의 분점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명백하므로, "타인의 명성과 신뢰도에 무단으로 편승하려고 똑같은 가게 이름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주지성·저명성이 인정되기 어렵더라도 상품·서비스와 관련하여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화체되어 재산적 가치가 있으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제 외식업계의 불공정한 무임승차 관행에 구체적인 잣대가 새로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조항이 어느 분야, 어느 업종까지 진화하게 될지 자못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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