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활의 중도, 해학적 표현법으로 그려내

2014-03-20     정재헌 기자

▲ 이왈종 화백
(서울=국제뉴스)정재헌 기자 = [20년간 '제주생활의 中道'라는 단일명제로 작업]
이왈종 화백은 전통 민화에 바탕을 두고 특유의 독특한 색감과 모티브로 한국적 정서를 잘 표현해 온 작가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그는 1979년부터 추계예술대 교수를 역임하며 실경산수로 도시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왔다. 하지만 격동의 80년대를 견뎌내는 동안 수업에 몰입할 수 없게 되자 그는 홀연히 제주도로 떠난다.

한국 땅에서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떠나 딱 5년만 실컷 그림이나 그렸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다.

"작품의 주제는 나무와 꽃잎이다. 제목은 중도와 연기인데 중도는 양극으로 치닫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연기는 태어나고 소멸하는 것은 자연스런 반복이라는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의 예술관이자 사상관은 '일체유심조심외무법(一切唯心造心外舞法)'으로 즉 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고, 마음이 곧 법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제주에서 생활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를 옥죄는 외로움은 제주도에서 정착하는 것을 힘겹게 만들었다. 그는 그 고립감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6개월간 쉼 없이 부조와 조각에 몰입했다.

"외로움을 한 겹 벗어 던지자, 비로소 제주의 자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대자연과 만나게 되었죠. 그때부터 제주도와 사랑에 빠지게 됐고, 작품 세계도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기약했던 5년의 세월이 25년이 될 때까지 그는 아직도 제주도를 지키며 이제는 도시풍경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을 화폭의 옮기고 있다.

작품 통해 받은 많은 사랑 사회의 환원
대중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고 10년간 그림 가치가 가장 높게 뛴 작가로 평가받는 이왈종 화백은 그 사랑에 보답하기위해 사회 환원의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시를 통해 판매되는 그림의 수익금으로 2012년에는 유니세프에 3000만원과 2013년에는 제주 서귀포지역 다문화 가정시설에 3000만원을 기부했고, 2014년 5월 계획 중인 유니세프 북한어린이돕기에 30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저는 행복한 화가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행복할 때가 바로 남을 돕는 일에 앞장 설 때였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것이 저의 간절한 마음입니다"

요즘 그를 행복하게 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시키는 일과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서귀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미술교육을 진행해왔고, '왈종미술관' 1층에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10세 정도 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동요를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죠. 작품 활동의 지장을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의 모습에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화가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와 존경을 한 몸의 받아 온 이왈종 화백은 이제 뒷짐을 지고 편안하게 삶을 관망해도 좋은 나이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저녁 9시면 잠들고 새벽 2-3시에 일어나 작업에 몰두하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 어떤 젊은 예술가보다도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 이 화백은 올 가을 '갤러리현대'에서 전시회를 갖고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날 계획으로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선사하는 세계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까? 그가 더 왕성한 활동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행복을 선물해 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