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양성 아카데미

바다를 '읽는' 시민에서 바다를 '움직이는' 리더로

2025-11-19     김옥빈 기자

우리에게 바다는 여전히 국가의 생명선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바다를 통해 오가고, 식량·에너지·광물 등 전략자원이 바다에서 시작되며, 기후와 생태, 안보와 외교의 교차점 또한 바다 위에 놓여 있다.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그리고 복합안보가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 해양을 '왜' 알아야 하는가의 질문은 해양을 '어떻게' 바르게 이끌 것인가의 과제로 바뀌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은 해양정책 역량으로 확장돼야 한다.

홍상용 / 국립한국해양대 교수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양성 아카데미'는 이러한 전환을 위한 실천적 해답이다. 바다의 과학과 산업, 법·정책을 한 줄로 꿰어 국가 의사결정의 언어로 번역하는 인재, 바다를 읽고, 묻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설계됐다. 아카데미는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해양환경·해상교통·해양산업·해양안보 등 핵심 현안을 현실의 제약조건 속에서 풀어보는 ‘정책 실험실’을 지향한다.

특히 해양 진출을 꿈꾸는 청년층에게 이 과정은 '첫 실전'이 된다. 교과서 지식을 넘어서 데이터로 논증하고, 공공의 언어로 설득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축적한다. 이 여정은 개인의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해양친화적 사고를 가진 우수 인재가 해양수산 분야 공공기관·지자체·연구소·기업으로 진출할수록 정책과 시장은 더 건강하게 연결되고, 지속 가능한 해양강국의 토대는 넓어진다.

해양정책은 거대한 담론이기 전에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해변의 쓰레기, 수산물의 안전, 항만의 일자리, 배가 다니는 길의 안전,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비용과 기회. 즉 이 모든 것이 정책으로 번역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양성 아카데미'가 바로 그 번역의 교량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촉매가 되길 바란다.

바다는 국가의 미래이고, 정책은 그 미래의 방향타다. 더 많은 청년과 시민이 이 아카데미를 통해 바다를 배우고, 서로의 지식을 연결하며, 공공의 선을 확장하는 여정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는 길. 그 출발점은 해양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랑을 실행으로 바꾸는 '정책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 이제, 바다를 움직일 차례다.

이에 따라 국립한국해양대는 한국해양재단과 공동주관으로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양성 아카데미 과정을 2022학년도 2학기부터 정규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3학년도 2학기부터 2025학년도 2학기까지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눠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우선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해양영토, 해양안전, 해운·항만물류, 해양환경, 해양경영경제, 국제해사, 해양안보, 해양과학기술, 수산, 해양문화, 해양레포츠, 해양교육과 미래해양 등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와 저명인사들의 교육을 통한 해양정책 소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의 강사진은 국립한국해양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해양환경공단, 한국선급 소속의 국내 최고 해양정책 전문가들이다.

교육은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이 '우리나라 해양정책의 개념과 중요성'을 주제로 첫 강의를 맡으며 시작됐다. 이어 국립한국해양대 교수진이 해양안전, 해양레포츠, 국제해양정책, 해양경영·경제, 해양안보, 해양문화, 해양영토를 다뤘다. 기관별 특강도 진행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해양환경과 글로벌 해양,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해양자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KIMFT)은 해양교육, 해양환경공단(KOEM)은 해양오염, 한국선급(KR)은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 해양정책을 주제로 강의했다.

마지막으로 국립한국해양대가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실습선에서 선장 출신 교수가 선박의 특성과 종류를 주제로 대면 강의, 선내 투어와 시뮬레이터 체험 등 승선 체험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재단과 국립한국해양대가 주최·주관하는 이 사업은 실무적으로 국립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교양교육원·교수학습개발원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학사일정은 학부 학사일정과 동일하며, 개강 이후 15주 동안 매주 2시간씩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2학점 교양선택 과목인 이 수업의 평가는 Pass/Fail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교육과정은 차세대 해양정책 분야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해양정책 기초 및 전문 소양을 교육하는 학점 취득과정으로, 우선 국립한국해양대 및 학점 교류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향후 이 사업을 해양정책 분야 학점은행제를 통한 대학 및 대학원 이수학점 취득, 편입 및 대학원 진학 학점인정, 공공종사자 연수과정 인정은 물론, 해양정책 입안 지원을 위한 범국민 해양정책 분야 전문가양성 아카데미 사업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