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제주지방법원 판사들의 일탈에 무너진 '조직의 품격'

제주 부장판사 3명 근무시간에 음주 가무 소동 사법부의 가장 근본적 자사은 '공정성'과 '권위' 법관 개인의 일탈이 조직의 품격 흔들면 안 돼

2025-09-30     문서현 기자
근무시간 낮술과 노래방 소란. 제주지방법원 소속 부장판사 3명이 지난 6월 28일 법원 인근 식당에서 술을 나눈 뒤, 노래방을 찾아 업주와 시비를 벌이고 경찰까지 출동한 사실이 뒤늦게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사진=제주지방법원 전경]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근무시간 낮술과 노래방 소란. 제주지방법원 소속 부장판사 3명이 지난 6월 28일 법원 인근 식당에서 술을 나눈 뒤, 노래방을 찾아 업주와 시비를 벌이고 경찰까지 출동한 사실이 뒤늦게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법원 감사위원회는 품위유지 및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해 법원장에게 ‘경고’를 권고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관 개인의 일탈로만 묻힐 일이 아니다. 그 이면엔 사법 기관 내부의 통제와 책임 메커니즘이 얼마나 빈틈투성이인가를 보여주는 구조적 문제의 징후가 숨어 있다.

감사위의 처분은 ‘경고 권고’ 수준이었다. 법관 징계 제도 틀로 보면, 경고는 가장 약한 수준에 속한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술자리가 아니라, 근무시간 중 외부 활동 → 노래방 장소 이동 → 경찰 출동이라는 공적 책임 훼손 행위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고 처분만으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사안에 대해 내부 감찰 수준에서 처리하는 관행이 이미 구조적 관성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강한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조직 내 유사 행위가 반복될 여지는 언제든 열린 상태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그리고 왜 조직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는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은 확보되어 있었는지, 당시 판사들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는 주어졌는지, 내부 규정상 근무시간 외부 음주·이동에 대한 제약이나 경고조항은 존재하는지, 과거 유사 사례에 대한 선례와 처벌 수준은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다.

이 질문들의 답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사법부의 가장 근본적 자산은 바로 ‘공정성’과 ‘권위’다. 그런데 한낱 일부가 조직의 품격을 흔들면, 전체에 대한 불신이 번진다. 피고인이나 변호인 입장에선 “이 판사는 과연 중립적일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특히 이 사건 관련자 중 한 명인 A부장판사는 과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법관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법부가 스스로를 가늠할 줄 아는 기관인가, 아니면 내부 관성에 안주하는 조직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다.

국민은 더 이상 사과만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책임을 묻고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사법부가 남은 것은 진실된 변화의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