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제주도민은 양말을 원하지 않는다"
도민 세금으로 운영한 시민단체, 양말선물 나눠주며 정책 홍보 "QR코드가 이미 종료 사안, 검토 못했다"…제주도 해명 무책임 제주도민의 신뢰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출발점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민간단체가 기초자치단체 설치 주민투표를 촉구하는 리플릿을 배포하면서, 공적 자금으로 구입한 양말 세트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방분권 확대와 자치 강화를 내세워온 단체가 정작 도민 세금으로 ‘양말 선물’을 나눠주며 정책 홍보를 한 것이다.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이토록 가볍게 다룬 발상에 도민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문제의 단체는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니다. 제주도로부터 2018년 이후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적 성격의 사업을 위탁 수행해왔다. 올해만 해도 1억 원이 배정됐다. 이처럼 공금을 위탁받아 쓰는 단체가 특정 정책 촉구 홍보에 나선 데다, 사은품 제공까지 병행한 것은 명백히 부적절하다. 과거 선거에서 지적돼온 ‘물품 살포식 선거운동’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제주도의 해명 또한 무책임하다. QR코드가 이미 종료된 사안이었다거나, 홍보 수단의 적정성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사전에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은 행정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사후약방문식 대책 강화 약속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 도정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도민의 세금이 정책 동원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더 근본적 문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봉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위탁사업의 전 과정을 철저히 감사하고, 예산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당하게 쓰인 예산은 환수하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위탁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홍보 수단의 적정성, 위탁기관의 역할, 행정의 감독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다.
도민은 양말을 원하지 않는다. 행정이 나눠야 할 것은 진정성과 책임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와 꼬리 자르기 해명으로는 행정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오영훈 도정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민간위탁 사업의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도민의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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