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 건설사 줄폐업 위기… 옥죄는 건축자금대출
소규모 건설사 “이자도 못 버틴다” 벼랑 끝 위기
(과천=국제뉴스) 손병욱 기자 = 국내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줄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건축자금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공사비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금융권의 건축자금대출 문턱은 높아져 버티지 못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하반기 이후 건축자금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소규모 건설사들은 "정상화만 기다렸다"는 입장이지만,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 업체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미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경기도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B씨는 "은행 문턱은 넘을 수도 없고, 매달 이자만 내다 보니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PF 대책만 이야기할 뿐, 실제 현장에서는 소규모 건축자금대출은 전혀 돌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PF 정상화 펀드, 보증 확대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형사 위주의 대책일 뿐 중소 건설사에는 해당이 없다"는 불만이 높다. 실제로 PF 시장 정상화 지연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맞물리면서 건설사 전반의 자금 사정은 더욱 경색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책은 계속 발표되지만 중·소 건설사에는 체감되는 지원이 없다"며, "건축자금대출이 열리지 않는 한 부동산 공급도 줄어들고, 신규 주택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건설 현장 안전사고로 정부가 안전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중·소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분양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중·소 건설사들은 사실상 '이중·삼중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건설투자 소폭 증가 전망은 단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며, "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안전관리 비용 증가는 중·소 건설사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건설업계는 건축자금대출이 풀리지 않는 한 구조조정마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소규모 건설사 대표는 "정부가 대책을 미루는 사이 줄도산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돈이 돌아야 부실도 정리되는데, 지금은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 건설사 위기가 곧바로 서민 경제와 주거 안정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건축자금대출 막힘은 중·소 규모 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서민들이 의존하는 중저가 아파트와 다세대·연립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자금 경색을 해소할 실질적 대책 없이는 중·소 건설사의 줄폐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