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11년의 성실, 드디어 정규직으로 꽃피다"
성산일출봉농협, 캄보디아 출신 론다비 씨 정규직 채용 ‘고객의 미소를 지켜온 사람’에서 ‘조직의 중심’으로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모든 게 낯설었죠. 그런데 지금은 성산이 제 고향 같아요.”
지난 1일,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론다비(42, 캄보디아) 씨가 제주도 내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농협 정규직에 채용됐다. 이 소식은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론다비 씨는 2007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이주했다. 한국말 한 마디 몰랐던 그는 두 아들을 키우며 가족을 꾸리고, 2014년부터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해왔다. 어느덧 11년. 고객들이 이름보다 먼저 그의 밝은 인사와 환한 미소를 기억하는 이유다.
“다비 씨는 성실함 그 자체였습니다. 말없이 묵묵히, 그러나 누구보다 따뜻하게 일하는 직원이었죠.”
박명종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론다비 씨의 정규직 채용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6월 실시된 기능직 채용 전형에서 서류와 면접을 모두 성실히 통과했다. 단순히 ‘배려’나 ‘상징’이 아닌, 실력과 경험, 그리고 공동체 기여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뤄진 결과였다.
현재 론다비 씨는 농산파트의 핵심 실무자다. 선별, 포장, 진열, 매장관리까지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그를 따르는 후배 직원들도 많다. 다비 씨는 “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제는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객들 역시 그를 알아본다.
“항상 먼저 인사해요. 고구마 하나를 사도, 꼭 미소를 짓게 만드는 분이에요.” 마트를 찾은 한 단골 고객은 말한다.
정규직이라는 개인적 성취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도 활동 중이다. 후배 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합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조합장 공로상도 수여했다.
박명종 조합장은 “국적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며 “다비 씨처럼 진심을 다하는 직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포용과 다양성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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