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운동화 브랜드의 자존심, SBENU

2015-06-16     정시준 기자
▲ ㈜스베누 황효진 대표

(서울=국제뉴스) 정시준 기자 = 토종 운동화, 포화시장을 공략하다

값비싼 해외 브랜드 운동화를 갖는 것이 로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보다 해외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 점유율은 더 올라갔다. 현재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1조원대로 평가되고 있으나, 그 중 80% 이상은 해외 글로벌 기업 2~3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이들을 견제했던 몇몇 국내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밀려나다가 현재에는 기능성 운동화로 눈을 돌린 상태이다.

사실상 내수시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국내 운동화 시장에 눈부신 성장으로 값진 성과를 이루고 있는 토종 브랜드가 있다. 예쁘고 완성도 높은 신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스베누(SBENU)’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3년 런칭한 스베누는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급성장했다. 지난해 약 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예상 매출을 1,500억 원으로 책정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다시피 했던 운동화 시장에서 스베누가 보이고 있는 선전은 ‘디자인’과 ‘품질’에서 보여주는 경쟁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베누의 철자를 따라 S라인, B라인, E라인 등의 제품라인을 선보이고 있는 스베누는 자체 디자인팀을 구성하고 전국적인 착화조사 및 시장조사, 트렌드조사,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고 있다.

디자인 스케치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과정을 거친 제품들은 주요 타겟층인 10대의 취향과 맞물려 스베누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다.

품질 면에서도 스베누의 경쟁력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뒤 상표명을 부착하는 OEM 방식을 채택하는 기존 브랜드와 달리 제조원가에 부담이 있더라도 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스베누의 황효진 대표는 "사실 운동화는 한 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고였습니다. 부산이 신발의 메카였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의 신발이 우리나라 공장에서 생산되어 나갔었죠. 인건비와 단가 문제로 많은 업체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지만, 최고 품질의 운동화를 생산하던 기술력은 그대로 남아있죠.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자신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편견을 깬 뚝심, 세계를 향하다

현재 전국 97개 매장, 상반기 제품 생산량 100만족, 지난해 4분기 매출액만 100억. 스베누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 황효진 대표가 있다.

2005년 실시간 인터넷방송 채널에서 게임 방송 BJ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그는 군 전역 후 온라인 신발 쇼핑몰 ‘신발팜’으로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짧은 시간동안 약 1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보게 됐고, 이 실패는 그가 스베누 브랜드를 준비하는 데에 큰 교훈이 되었다고 한다.

황 대표는 "방송도 사업도 피나는 노력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항상 노력하고 있지 않으면 그에 맞는 기회도 오지 않고요"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황 대표는 스베누를 통해 e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애정을 가진 일을 하는 즐거움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 속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스베누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국산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편견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불거진 논란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며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근거 없는 소문들을 낳았다.

스베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결국 정면 돌파였다. 억척스럽게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 그리고 품질로 인정받는 것만이 그들의 편견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황 대표는 "사실 저는 전문 경영을 배운 것도 아니고, 외국에 나가서 패션을 공부하지도 않았습니다. 매뉴얼대로 하기보단 몸으로 배우기 위해 더 많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패션을 잘 알고, 경영을 잘 아는 직원들이 목표를 위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토종 브랜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것,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는 패션 그룹을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최종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스베누의 계획은 이미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형 백화점에 매달 1~2개의 매장이 입점 되고 있으며, 최근 대형 유통망을 보유한 업체와의 라이선스 계약도 마친 상태다.

또한 미국은 물론 일본, 홍콩, 대만 등 해외 시장을 확장 하고 있는 스베누는 올해 중국에 250만 족 이상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베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도 크다. 대형 기업의 해외 공장이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부산 운동화 공장들은 최근 스베누 제품 생산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포화된 시장'은 그들에겐 이미 장애물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혁신을 일으켜야 하는, 또 다른 시장일 뿐이었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통해 세계 속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국산 브랜드로 성장하게 될 스베누의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