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도자기 생산으로 도자기 수준 끌어올리다
(서울=국제뉴스) 김봉석 기자 = 순수에서 요염까지 다양한 형태
도자기의 생명과 질을 결정하는 것은 온도다. 800~1,000℃의 토기를 '도기' 1,100~1,400℃에서 만드는 것을 '자기'라고 하여 이를 합쳐 도자기라 한다.
나말여초기 중국에서 전해져 중국적 영향을 받던 한반도 도자기는 10~11세기에 송나라에서 다양한 제조기법이 소개되고 고려 도공들의 연구와 노력 끝에 본격적으로 민족 고유 색채를 띠면서 상감 기법 득 독자적 기법을 창조하여 외국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도자기 문화의 꽃을 피웠다.
독특한 고려자기들이 만들어지던 시기 최초로 구리 안료를 사용해 붉은 빛을 띠는 도자기도 이 때 탄생되었는데 중국보다 앞선 한반도 고유의 도자기 기법이다.
이것이 '진사'라 불린 현재의 동화자기로 한 때 실전되어 존재조차 묻혔던 이 자기가 복원된 것은 김 대표의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도전과 끊임없는 노력, 민족문화 계승에 대한 의무감에서 기인한다.
'진사'는 청자나 백자에 비해 제조방식이 너무 어려워 발전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조선시대까지 활발하게 생산되었지만 몽고간섭기와 임진왜란 등의 외침을 거치며 도공들이 한꺼번에 외국으로 끌려가면서 사실상 전수되지 못했는데 당시 끌려간 장인들 중 진사 기술을 가진 이들이 일본에서 이를 전수했고 한 재일교포에 의해 김해지역에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접한 순간 매료되어 고려시대 순수한 방식 그대로를 배워 인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진사를 현대에 재현해내는 데 성공, 자신이 성공해낸 이 도자기의 이름을 '동화'라고 다시 붙였다.
"진사(辰砂)란 중국, 일본에서 쓰는 표현이고 현대에 재탄생한 이 작품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세계 최초로 구리 안료를 사용해 한반도에서 처음 이를 제작해낸 도공들의 노력, 얼과 혼을 계승하는 의미로 ‘동화’라는 새 이름을 붙여 널리 알리고 있다."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자태와 기운, 고려 때 고유기술 그대로를 접하면서 이에 푹 빠졌지만 복원은 결코 쉽지 않았고 무수하게 실패한 끝에 국내 최초로 자신만의 독특한 도자기 '동화잉걸호' 구현에 성공했다.
동화자기는 우선 전통잿물에 산화 등 8가지 물질을 배합한 후 전통가마에서 1300 ˚C~1400˚C의 뜨거운 온도에서 구워진다.
일반적으로 백자가 최고 1,400℃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흙과 물에 구리, 불의 열기와 가마 속의 바람이 더해진 결과 영롱하면서도 강렬한 붉은색과 역동적인 무늬가 동화자기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자기는 둥근 항아리에서부터 가는 세요형, 한 쌍의 사이좋은 부부상 등 자연의 색과 의미를 담은 붉은색과 푸른 색 등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찾아오는 이들과 도자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불이다. 동화자기의 강점은 색에 있어 좋은 색이 안 나오면 작품이라 할 수 없기에 가스나 기름 등 현대식 가마로는 색의 느낌을 살릴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장작을 때야 작품이 나온다. 장작 가마는 작품 나올 때마다 색이 다르기 때문에 늘 땔감을 쌓아두고 고온을 맞추는 것도 일이지만 그만큼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 보람이다."
고려 명품 생산가의 대를 잇는 중한 작업
흙으로 옹기를 생산하던 외조부를 보면서 저절로 흙을 가까이하게 된 그는 처음에 철사작품과 분청사기 등을 만들다가 동화잉걸호를 만들기 시작한지 20여 년째를 맞으면서 김해가 낳은 2009년 경남 올해의 최고장인 5명 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현재 30대인 아들이 함께 작업하면서 김 대표의 기법을 전수받는 중이다. 김 대표는 자신도 외조부의 영향으로 도자기를 시작했는데 아들 역시 어릴 때부터 도자기 만들기 좋아하더니 어렵게 복원해 낸 만큼 고려 명품 생산가의 대를 잇는 중한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도자기가 생활에 애용되는 실용도구로서의 도자기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통 자기 외에도 현대에 이용되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개발 생산할 계획으로 현대에는 커피가 트랜드인 것을 감안해 커피를 내리는 커피포트, 잔을 제작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90년부터 대한민국도예대전, 국제미술대전 및 전일본전 등 국내외 28회 수상경력과 국내외 공모전 62회 , 해외공모전 9회 출품, 많은 전시회를 가진 운당 김용득 선생은 2008년 신지식인 인증에 2009년 경남 올해의 최고 장인에 이어 2016년 동화자기 무형문화재 신청을 준비 중으로, 동화자기의 가치를 인정받아 더욱 발전시켜 전수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김용득 대표와 그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운당도예는 장인정신과 민족문화계승이 낳은, 우직하고 꾸미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화려함과 인간미를 가진 동화자기로 국내외에 명성을 알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