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벚나무는 죽이고 사라봉에 벚나무 심고"
14일 오전 제성마을 '벚나무 무단 벌채' 시도…주민 반발로 중단 벚나무 존폐 두고 주민-행정 충돌, 강병삼 시장은 벚나무 심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성명 "거짓 환경보호 제주시장 규탄"
14일 오전 제성마을 앞도로에서 중장비를 투입해 벚나무 뿌리를 파헤지고 있다[영상=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인근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 과정에서 수십년 된 벚나무들이 벌채되면서 제성마을 주민과 제주시간의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온 가운데 마지막 남은 벚나무 한그루 두고 또 다시 주민들과 충돌했다.
14일 오전 제성마을 앞 도로에서는 마지막 벚나무를 지키기 위한 주민과 중장비를 투입해 이식 작업을 하려는 시공사 측의 대치가 벌어지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전 제성마을회장인 오면신 제성마을왕벚나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주시가 벚나무 이식을 약속해놓고 공사 강행했다"며 뿌리가 일부 제거된 벚나무 앞에서 공사를 몸으로 막아섰다.
오면신 위원장은 "보존하기로 약속한 30년 넘은 마지막 벚나무를 사전에 말도 없이 갑자기 뽑으려 한다"며 "나무를 옮기면 고사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에 함께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도 "주민들이 심어 30여년 가까이 키워온 벚나무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더니, 주민들이 겨우 지킨 벚나무를 한그루의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나오자, 이 마저도 인도를 만들어 없애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뿌리가 이미 드러나 있어 제주시에 흙을 덮어 줄 것을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원회에서 요구했지만 제주시는 포크레인을 옆에 세워두고도 한 삽의 흙도 나무 뿌리에 덮어주지 않아 직접 흙을 덮으려고 삽을 가지고 오늘 10시경 제성마을 찾았는데 이미 벚나무 그루터기의 뿌리를 곡괭이로 찍으면서 파내려 하고 있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공사업체 관계자와 제주시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벚나무 그루터기가 인도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옮길 수 밖에 없고, 제주시장도 허가를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제성마을 할머니들이 나무 뿌리를 판 구덩이로 들어가 '같이 묻으라고' 막아서자 공사는 중단됐다.
오면신 위원장은 "곡괭이로 뿌리를 내리치면서 자르고 있는 저 모습은 누가 봐도 옮겨 심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마지막 남은 벚나무와 이미 벌채된 12그루의 벚나무는 제주국제공항 확장으로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40년 전쯤 일대에 터를 잡아 마을을 만들 설촌 기념으로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마을 주민과 행정이 마지막 남은 벚나무를 놓고 대치를 벌이는 동안 강병삼 젲시장은 사라봉에서 왕벚나무 등을 심는 제78회 식목일 기념 행사에 참여하며 마을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식목일 기념 행사에 참여한 강 시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녹색 제주 만들기를 위한 ‘600만 그루 나무심기’에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라봉에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제성마을 벚나무는 학살하는 거짓환경 강병삼 제주시장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중에 강병삼 제주시장은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으러 갔다고 한다"며, "벚나무 한그루를 이처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을,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또 "시장이 오늘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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