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자전소설, '지옥에서 보낸 7일'

안기부에서 고문당한 일화 등 자전적 일화 수록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속살 같은 이야기 담아

2022-10-31     정세량 기자
신정일의 자전소설, '지옥에서 보낸 7일 - 안기부에서 받은 대학졸업장'

(전주=국제뉴스) 정세량 기자 = 신정일 작가가 답사가 끝난 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문세의 ‘오늘 하루’이다. 장수에서 도보 걷기를 마친 후 막걸리 한잔에 취한 신 작가는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밥 한 그릇 시켜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늘 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 창가에 비쳐지는 건 나를 보던 내 모습. 울컥하며 터질 듯 한 어떤 그리움”

1990년대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일으켰던 그는 한강과 낙동강, 섬진강, 금강, 영산강 등을 걸었고 우리 땅의 주요 옛길들을 발굴해 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신정일의 신택리지’ 등 100여권 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세상을 마음껏 걸으며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 같은 그이기에 그의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없이 밝고 맑게 만 살아왔을 것만 같은 신정일. 70세를 바라보는 그가 마음속에 꽁꽁 묻어 두었던 ‘고통’ 하나를 끄집어내서 세상에 보냈다.

신정일의 자전소설 『지옥에서 보낸 7일-안기부에서 받은 대학 졸업장』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전두환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981년 여름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안기부 전북분실에서 7일간 모진 고문을 받았다. 죄목은 ‘간첩죄’ 이었다. 마치 최근 개봉작 ‘헌트’에서 처럼 무자비하게 고문을 받았다.

 

신정일 작가.

그러나 신정일은 그 고통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만 했다. 처음에는 고문관들이 “나가서 절대로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을 곧이곧대로 믿은 순진함에서 말하지 못했고, 그 시간이 지금까지 흘러 버린 것이다.

그러다 최근 어느 날 순창 강연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안기부 요원을 영화처럼 우연히 잠깐 만나고 헤어지고 난 후 자신의 고문이야기를 뼈대로 자전소설을 쓰게 됐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걸어 다니는 네이버’라고 부른다. 답사를 같이 다니다 보면 온갖 싯귀와 문호들의 글귀들이 적재적소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천재라고도 칭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초등학교만 나온 그가 어릴 적 지독히도 독서에 매몰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런 자질을 가질 수 있었겠다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너무 고통스럽고, 또한 너무 두려워서 차마 세상에 말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간들. 술에 약간 취한 후에야 눈물을 훔치며 드문드문 꺼내 놓았던 신정일의 속살 같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맑은 밤하늘엔 별이 편안히들 웃고 있어. 저렇게 나도 한번만 웃어 봤으면. 어둠속에 비치는 건 흐르는 나의 눈물. 차가운 주먹에 훔쳐 뒤로 감추네”

그가 좋아하는 이문세의 노래 구절처럼, 이 책과 함께 ‘별을 보며 편하게 웃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