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규제 완화에도 감옥 생활

2021-11-23     박원준 기자
싱가포르 기숙사에서 밖을 바라보는 외국인 노동자(2020년 5월 20일 촬영). 사진제공/AFP통신

(싱가포르=국제뉴스) 박원준 기자 = 싱가포르에 돈 벌러 온 방글라데시인 샤리프 우딘(43) 씨는 과거에는 휴일이면 비좁은 기숙사를 빠져나가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지냈다. 그러나 최근 1년 반 동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때문에 휴일에도 기숙사에 갇혀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구 약 550만 명의 싱가포르에서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중국 등 외국인 노동자 30만 명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2층 침대가 줄지어 있는 같은 방에 밀어넣어지는 일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되자, 싱가포르는 전 지역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제한은 대체로 완화돼 백신을 맞으면 쇼핑과 식사 등 외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입국 제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다만, 저임금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예외다. 지금도 엄격한 제한 조치로 기숙사와 직장 왕래가 아닌 외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우딘 씨는 싱가포르에 온 지 13년째다. 생활이 너무 고달프다. 마치 감옥 같다고 하소연한다. "직장까지의 왕복 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다른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자택 연금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간혹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게나 스포츠 시설을 갖춘 레크리에이션 센터 방문은 허용된다.

지난해 1차 유행 당시 특히 기숙사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근대적 시설을 갖춘 기숙사 신설과 꽉 막힌 주거환경 개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외화벌이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생계비가 많이 드는 도시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 월 500~1000싱가포르 달러(약 43만~87만원)를 받고 일한다.

이주노동자 권리보호단체인 TWC2(Transient Workers Count Too)의 간부 알렉스 오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AFP에 말했다. 경제를 움직이기 위한 말처럼 다루고 있으며 싱가포르 시민과 똑같은 권리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며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제한을 계속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백신 접종률은 98%로 국민 전체의 85%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