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편은영 씨/ KBS 제공
 고물상 편은영 씨/ KBS 제공

26일 방송되는 KBS '인간극장'은 엄마는 보물상 편으로 그려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고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그녀. 편은영(49) 씨는 23년 차, 고물상이다. 한눈에 봐도 아찔한 높이의 집게 차에 성큼성큼 올라타는 은영 씨. 능수능란한 조종 실력은 기본, 무거운 고물을 번쩍 싣는 모습에 보는 사람마다 엄지를 치켜올린다.

스물일곱, 이른 나이에 남자들의 세계라 불리는 고물 시장에 뛰어든 그녀. 생각지도 못한 수모도 당했단다.  아침부터 여자가 왜 공장에 들어왔냐며 쇠붙이를 던지지 않나, 우리 집 물건 네가 훔쳐 갔냐고 다짜고짜 뺨을 때리지 않나.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그러나 보란 듯이 악으로 깡으로 버텨 온 은영 씨. 어느새 베테랑으로 거듭났다.

고물과 동고동락한 지도 어느덧 23년. 지나가다 종이 한 장만 봐도 눈이 번쩍, 굴러다니는 작은 쇠붙이 하나에도 가슴이 뛴다. 한 번 집을 나서면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는 은영 씨. 고물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행복합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고물 실으러 가는 길, 그녀의 옆자리에 든든한 조력자, 남편 심정보(57) 씨가 앉아있다. 기분 좋을 때는 애교가 넘치는 은영 씨. ‘빡빡이가 있어 행복합니다’ 콧소리를 내는데 어째 남편 정보 씨는 초긴장 상태다. 일하다 마음에 안 들면 한순간에 무서운 ‘마녀’로 변해버리는 은영 씨.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남편 정보 씨는 아내 눈치 보기 바쁘다는데

12년 전, 혼자 고물 일을 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물상으로 뛰어든 정보 씨. 아내가 가져온 고물을 정리하는 것이 남편 정보 씨의 몫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정리 정돈에도 나름의 순서가 있는데욕심 많은 아내는 고물이라면 무조건 가져와 쌓아놓으니, 골머리를 앓는다. 게다가 돈 안 되는 파지라도 거래처에서 치워달라면 일단은 싣고 오는 아내. 기름 값도 안 나오는 고물을 자꾸 실어 오니 한숨이 나온단다.

어느 날,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양손에 막걸리를 들고 나타난 그녀. 나갈 때는 찬바람이더니 ‘여보~’ 콧소리를 낸다. 저런다고 남편 화가 풀리겠나 싶은데, 아내의 애교에 씩 웃어버리는 남편. 이러니 천생연분인가, 막걸리 두 병에 넘어오는 남자, 수제비 한 그릇에 넘어가는 여자. 매일 같이 사랑과 전쟁을 오가는 두 부부의 고물상은 오늘도 힘차게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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