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읽는다…아동기 학대 유무까지 판단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AI기반 정신건강 진단 기업 비웨이브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뇌파기술’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뇌파 및 심박변이도를 이용한 생물학적 정신건강 진단을 하는 기술이다. ‘뇌파 분석’ 세계 최초 타이틀이다. 일산 백병원 정신과 전문의인 이승환 비웨이브 대표는 “뇌파 분석을 통해 정확히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저희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로 23년간 근무하면서 축적된 뇌파 데이터를 근거로 연구했고, 정신질환별 뇌파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대표는 “뇌파는 거짓말을 못한다. 아동기 학대 유무까지도 확인할 수 있고, 정신병 진료를 하다보면 가족들조차 자살의 사전 징후를 모를때가 많은데 비웨이브의 뇌파분석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와 뇌기능 변화를 파악해 자살 예방 등도 가능하다”고 했다. 자살자의 93%는 사전징후를 보이지만 가족의 81%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비웨이브 이승환 대표. 
비웨이브 이승환 대표. 

-뇌파로 정신병을 진단한다는데, 기존의 정신과 진료도 뇌파 진료가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뇌파를 가지고 진단까지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저희가 세계 최초입니다. 기존 병원의 뇌파측정기는 간질(뇌전증)인지, 경련성 질환인지 여부를 체크해 주는 정도죠. 현재 정신질환 검사는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조금 복잡한 수준의 심리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하고 있죠. 저희 회사가 가장 첫 번째로 뇌파를 통해 정신질환 진단을 하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이런 부분을 객관화하고 표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디지털 다이아그노스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디지털 진단을 하는 그런 방법을 개발하게 됐죠. 미래에 뇌파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부착형 스마트 웨어러블 장비가 개발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정신 건강을 모니터링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라니 뇌파 연구에 오랜 시간이 걸렸겠네요?

“2006년부터 16년 이상 한양공대 임창환 교수와 연구했습니다. 저는 임상 의사니까 환자를 보면서 뇌파를 분석했고, 임 교수는 기술로 구현했죠.”

-뇌파가 특정 질환마다 다른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다 비슷해요. 하지만 세부 분석을 해보면 질병마다 다른 패턴들이 나옵니다.”

-다른 패턴이라는 게 화면상 나타나는 진폭이 다른지, 아니면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뇌파를 분석하는 방법이 여러 개가 있어요. 일례로 뇌파를 보통 찍으면 파형이 나오거든요. 두피에 있는 신호를 이용하는 방법과 그 신호의 소스원을 역추적해서 그 값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신경세포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역추적해서 뇌 영역간의 연결성을 분석하고 이 연결성이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는 식입니다.”

-치매나 우울증 등도 진단할 수 있는지?

“치매는 저주파 영역이 활성화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의 뇌파는 일반적으로 더 느린 파동 주기와 더 낮은 진폭을 보입니다. 고주파에서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동기 학대를 많이 경험한 경우 델타, 베타, 감마파가 증가했고, 저(低) 알파파는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죠. 고주파 베타파의 증가는 집중력 저하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뇌파분석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낮은 사람들도 식별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큰 모집단을 모집해 규명할 부분은 남아있습니다.”

-정신질환은 통상 어떻게 분류됩니까.

“정신병, 우울장애, 불안정애 등 대분류로 7~8개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 대응하는 약물도 다르죠.”

-뇌파 분석을 통해 모두 분류할 수 있나요?

“비웨이브가 개발하고 특허를 가지고 있는 질환은 현재 우울증, 조현병, 외상후 스트레스 정도입니다. 이 질환은 정확도 90%까지 진단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알고리즘은 저희가 확실히 갖고 있고요. 나머지 질환들도 동일한 원리로 쉽게 진단 알고리즘 개발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확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정신질환 관련 뇌파와 관련한 데이터는 충분한가요?

”제가 정신과 의사잖아요. 그리고 23년 동안 뇌파 연구를 해 왔습니다. 핵심 병리적 뇌파 양상에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동일한 병원에서 검사한 뇌파 자료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사 기법상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분류할 수 있나요?

“사이코 패스는 조금 독특해요. 인격 장애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고 있어요. 우울할 수도 있고 보통 사이코패스는 불안하지 않죠. 사이코패스인지 강박적 성격인지 히스테리적인지 이런 부분은 굉장히 델리케이트한 문제죠. 사이코패스 자료를 많이 모아서 추적하면 되겠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조현병은 뇌파를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진단 가능하지 않은가요? 

“조현병인 경우에는 겉으로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몇몇 유명 연예인은 조현병으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진위가 드러나지 않았죠.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흉내를 내지만 진짜로 그런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뇌파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

-거짓말을 걸러낼 수 있다?

“맞습니다. 말로는 속일 수 있어도 뇌파는 속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가 나면 일부 어떤 사람들은 증상을 과장합니다. 앓아 눕고, 나 잠 못 자, 너무나 충격 받았어 이런 식으로 보상을 원하는 심리가 작동하기도 하죠. 그러면 보험 재정이나 손실이 많죠. 계속 아프다 그러면 계속 치료해 줘야 하거든요. 환청이 들린다든지 조현병 증상처럼 객관적 검증이 애매한 것들도 정확하게 진단해야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노령인구 증가로 치매환자가 늘고 있는데, 병원마다 치매의 기준도 다른데 이 부분도 명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문제는 있어요. 지금은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간단한 신경 인지 기능 검사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덧셈 뺄셈을 해보게 하거나 날짜를 물어보기도 하고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어떨 때는 조금 잘하기도 하시고 어떤 때는 못 하세요. 몸 건강 상태에 따라 노인들은 인지기능이 변화가 심한 편이죠. 검사 결과가 애매하게 나와요. 조금 정밀한 신경 인지 기능 검사도 있는 데 여기서 환자가 잘하면 확실한 진단을 할 수 없거나 부정확하게 될 수 있습니다."

-뇌파 분석으로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저희 진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현재 우울증 진단 정확도가 90% 가까이 나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 정신과 의사들의 오진율은 조현병 환자 50% 양성 장애 75% 우울증 50% 정도다. 이 대표는 "최근에 한국의 우울증 진단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보험공단과 식약처의 항우울제 처방 보험수가 등과 관련이 있다”며"정신질환은 공병진단이 많으며 제2 제3 진단으로 우울증이 붙은 경우와 제1 진단으로 우울증이 붙은 경우는 구별해야한다” 고 말했다.

제공=비웨이브.
제공=비웨이브.

-지금 뇌파분석 기술이 범용단계인가요?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현재 식약청의 허가도 받아야 되고, Neca 임상도 거쳐야 합니다. 허가임상 비용이 우울증 하나만해도 3억에서 5억 정도는 들 거예요.”

-세계 최초라고 했는데 비웨이브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있습니까?

“저희는 장비회사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요. 기존 장비로 측정된 뇌파를 토대로 AI알고리증 등을 통해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이죠. 뇌파 측정 장비마다 신호 감도가  좀 다르거든요. 저희는 어떤 감도의 차이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뇌 영역에서의 연결성의 강도를 상대적으로 재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대 값이예요. 센서 레벨과 소스 레벨에서의 어떤 각 뇌 영역 간의 연결성 그 다음에 연결성뿐만 아니라 상호 연결성이 어떻게 되는지 등 전방위적인 네트워크를 분석합니다.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죠. 미국 특허를 포함해 전방위 특허도 11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요. 선행기술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기술 회피가 쉽지 않죠. 또한 다양한 증상 심각도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그리고 많은 자료를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죠. 지금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서 굉장히 분류율을 높여놨는데 딥러닝 분야에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용하면 더 쉽고 간편하게 저희가 프로세싱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전 세계에 이런 아직 기술이 없어요.”

-CNS나 미국 알토미 같은 경쟁사도 뇌파 등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고 있지 않습니까?

“CNS는 저희처럼 빅데이터가 없으니까 디지털 치료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빅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진단은 따라오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알토미 같은 경우는 빅테이터 등이 충분하지 않나요?

“약물 개발 쪽으로 조금 이렇게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진단 분야 전문 회사는 거의 없어요.”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되면 일반 사람들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나요?

“스스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구요. 진단은 의사가 하는 거죠.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이외에 일반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초기 단계의 증상 평가 서비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뇌파 분석을 통해 정신질환을 진단하겠다고 확신하게 된 계기는?

“표면적으로는 제 기술이나 특허가 세상의 빛을 보기를 바랐고, 모티베이션은 자기의 증상이 어떤지도 모르고 고통받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죠. 진료 현장에 많아요. 애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 부모들은 "이럴 줄 몰랐어요"라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심리평가지에는 전부 ‘괜찮아요’라고 씁니다. 뇌파를 통해 상시 검사를 하면 이러한 자기 회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웨이브는 지난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으로부터 스타트업지원기업으로 선정된 후 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통산 1년에 1억 원 안팎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경과원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경과원이 선정한 회사에서 크라우드펀딩 1등을 했는데?

“경과원 직원분들이 엄청 격려를 주셨어요. 크라우드 펀딩 하기 전에 투자연결도 많이 지원했고, 등록비용 및 홍보비용과 사업화 지원금으로 5천만 원의 추가지원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료 정신과 의사들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기꺼이 투자해 주셨죠. 기관투자자 지원이 없어 당초 목표액인 20억 원에 못 미친게 아쉬울 뿐이에요. 우리나라 기관 투자자들은 그렇게 많은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투자설명회중 회사 가치를 반토막 내서 그냥 나온 적도 있죠. 게다가 지난해 경기가 하강곡선이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108명이나 투자했네요.

“동료 의사 30분이 6억 원, 일반 투자자들이 1천만 원, 500만 원 이런 식으로 투자에 참여해 주셨죠.”

-일반인들이 그렇게 많이 투자했다니 흥미롭네요.

“자기 스트레스 정도를 알 수 있는 서비스를 7월 중에 출시할 거고요.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서 나갈 겁니다. 비의료용이죠.”

이 대표의 권유에 인터뷰를 마치고 5분 정도 뇌파를 통한 간이 검사를 했다. 기대와는 다른 우울한 결과였지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 수 있는’ 경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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