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은 정치철학박사
나도은 정치철학박사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 복지와 농업을 결합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케어팜(Care Farm)’(케어파밍(Care farming), 소셜파밍(Social farming), 그린케어(Green care) 등으로도 명명됨)이 장애인과 함께 농업을 하는 소수 농장과 대안 농업 그리고 헬스・소셜 케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전국농업인단체 등과의 협력으로 ‘정부’가 ‘한시 조직’을 만들어 ‘치유농업’ 지원을 시작, ‘제도 변화’를 통해 ‘사회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이어 1999년에는 ‘농업과 케어 국가지원센터’를 설립, 1999년〜2003년까지 소요 비용을 주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2003년에는 의료법 제정으로 치유보조금 제도와 치유농장을 4가지 등급으로 나눠 농장에 연간 30만 유로(한화 4억 5천만원)를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지자체 사회지원법(WMO)을 통해 해당 부서에 비용 청구가 가능해짐에 따라 보험공단을 통해 지원하는 형식을 갖추게 된다. 

네덜란드의 케어파밍(care farming)은 농장에서 제공하는 케어 서비스(돌봄, 복지, 재활 등)가 국가 보건복지 체계 안에 들어오면서 농장 운영의 지속가능성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케어팜 이용객은 장기요양보험이나 보건복지 서비스 대상자. 즉, 치매나 파킨슨병, 그리고 각종 질환의 후유증과 같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비롯한 신체 및 정신 장애인, 특수교육 대상 어린이, 우울증 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장애인, 노인의 탈시설화 논의에서 (요양, 복지)시설 이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 외에 케어팜 이용객들이 해당 농장의 농작업에 한 명의 근로 인력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활력을 얻는 것이 목적이지 노동력 소지자로서 농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 노르웨이와 같이 케어팜이 헬스케어(보건복지) 영역과 깊숙이 연계된 나라는 케어파밍을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 방식으로 간주하는 농업 위주 관점보다 보건복지 영역의 복지서비스 제공 관점에서 다양한 보건복지와 관련한 제도의 운영을 농장에까지 폭넓게 적용하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농장에 돌봄 복지비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거나(즉, 농장이 본연의 식량 생산 기능과 별도로 요양 및 복지 기관 역할 수행), 농산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제활동을 통해 운영의 자립 즉 농업생산으로 얻는 소득으로 농장을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 두 가지를 병존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핵심은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민은 케어팜의 자원봉사자가 되는 지역사회 연대구조가 기본이다.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고령 인구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정부, 지자체, 케어팜, 환자 등 간의 다자간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참여자들조차도 농장 활동에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과 함께 직업교육, 수익 창출의 기회 제공을 통한 재활과 재사회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 현실에 적용할 때 치료 공간으로 볼 것인지, 농촌혁신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통해 정부의 주관 부처를 정하고 그에 따른 역할과 관계를 재정리함으로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케어팜의 자립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 즉, 생산물 판매, 케어팜 브랜딩 등 수익 모델의 창출 역량 등을 동반시켜야 케어팜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파라다이스 케어팜(Paradaij CareFarm)

(사진제공=나도은 박사) 파라다이스 케어팜
(사진제공=나도은 박사) 파라다이스 케어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파라다이스 케어팜(Paradaij CareFarm)은 네덜란드 1,300여개의 케어팜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데, 12인의 FTE(Full Time Employee)와 25명의 Volunteer(유급종사자)로 구성된 종사자 그룹(직원 75%는 돌봄교육, 25%는 농업교육 이수)으로 Volunteer는 대부분 대학 관련 전공 출신이거나 지방 정부에서 추천받은 전문자격 소지자들이다. 농장 내부 프로그램은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종사자들에 의해 외부 지원 없이 독자 진행하고 있으며 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적극 참여하고 있고 일부는 치매 등 장애가 있는 환자를 케어팜과 집으로 이동시켜주는 일을 돕고 있다.

참여자(Participants) 그룹에는 알츠하이머와 기타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자폐 아동을 비롯한 정신건강 돌봄이 필요한 청년과 중년도 참여하고 있으며, 150명의 참여자(Participants)와 어린이,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케어팜의 운영에 있어서는 직원과 케어 대상자들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참여자들에게 최상의 놀 자리를 제공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농장은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참여자 대부분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1주일에 2~3일 정도 농장 방문해 6시간 정도 머무는 시스템이다.

공간 운영에 있어 대부분의 야외 공간은 비상업적인 농업 농장으로 동물과 참여자의 휴식을 위해 관리되고 있으며 농장 축사 관리와 채소, 꽃 가꾸기 등 농장 체험 프로그램도 수시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운영되는 파라다이스 케어팜의 성공적 안착에는 케어팜 거버넌스 체계의 실질적인 제도적, 재정적 지원, 즉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 드 마르센(De Marcene Agriculture & Care) 케어팜
 

(사진제공=나도은 박사)  드마르센 케어팜 
(사진제공=나도은 박사)  드마르센 케어팜 

드 마르센 농장(De Marsen Landbouw & Zorg)은 2013년에 설립되어 케어팜 이용객들이 어떤 식으로 농장의 일에 참여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농장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 있는 대부분의 케어팜이 개인 소유로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인 데 반해, 이곳은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곳 농장 전체 수입의 65%는 지방 정부 복지 재원을 통해 지원받고, 나머지 35%는 농장 내의 농산품 직거래 상점을 통한 판매사업 등으로 얻고 있으며 운영 또한 농장을 소유한 농업인이 아닌 외부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다. 또한 이 농장은 지역 주민들이 회비를 내고 농산물의 일부를 돌려받는 CSA(Community Support Agriculture)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농장 주주로서 농부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농사의 각종 위험 요소를 분담하고 농장에서 재배한 좋은 농산물을 지역 주민인 회원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 마르센의 운영자 바우터 욥(Wouter Joop)은 농장 이용 대상이 대부분 가까운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의 정신장애, 자폐, 정신질환 등을 가진 25명의 청소년들이 제도적으로는 주간보호돌봄(데이케어)로 농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형태를 취한다. 네덜란드 케어팜에서는 각 농장에서 제공하는 케어 목표 및 성격에 따라 이용하는 사람들을 고객, 참여객, 혹은 동료 등으로 부르는데 드 마르센에서는 이 청소년들을 ‘보조 농부’라고 부르고 있다. 이 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치료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농업’ 활동 참여를 통해 청년들의 발전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위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소통하고 돕는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케어팜은 단지 서비스만 제공하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드 마르센 농장은 생산과 돌봄의 목적이 결합된 케어팜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농장에서의 교육, 농업, 활동 등이 모두 치유과정으로 이어지고 있고, 생산적 농업에서 사회적 농업으로 농업이 진화하고 있고, 장애인과 치매 환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치유와 간병 기능, 지역사회의 공존방안으로 농업에 참여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지역사회 중심 돌봄 지원정책 등이 벤치마킹할만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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