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지키고, 학생 체력테스트 맞춤 육성, 직장운동부 안정적 재정 지원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사진=김만구 기자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사진=김만구 기자

(수원=국제뉴스) 김만구기자 = 경기도체육회관에서 만난 이원성 도체육회장은 인터뷰 질문 시작 전에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의 악연, 학교체육의 현실,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나아 갈 방향 등등’ 30분간 일장연설을 했다.

체육회장인지 장사꾼인지 모를 정도의 현란한 말솜씨였지만, 그는 진지했다. 지난 3년간 그의 궤적이 열변한 이유다. 이 회장은 2020년 초대 민선 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줄곧 이 전 지사와 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김문수 전 지사 시절 도 생활체육협회장이었고, 새누리당 남경필 전 지사 당시 도체육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보수 진영 낙인이 찍혔다. 진보 진영을 걸어온 민주당 이 전 지사와는 합이 맞지 않았다. 3년간 업무추진비가 전액 삭감됐고, 도 체육시설 관리권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로 이관되고, 체전 주최 권한 등도 경기도로 이전되는 수모를 겪었다. ‘조만간 사퇴할 것’ ‘왜 버티는지 모르겠다’ 등 시선은 따가웠다.

투박한 이 회장은 뚝심있게 버텼다. “체육인들이 뽑아줬는데 내가 힘들다고 해서 제 자리를 넘겨준다는 건 체육인의 자존심이고 그건 용서가 안 될 것 같았다. 도 회장 정도 되면 그 어떤 정치로부터 중립이지, 정치 색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뼈 속까지 체육인인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재선했다.

“경기도-경기도의회-경기도체육회 간 상시적이고도 지속적인 소통 채널을 형성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조율해 한국의 체육 부흥 이끌겠다.”

-이 전 지사의 경기도에서는 체육회가 고립무원이 상황이었는데.

“전직 보수 지사 있을 때 회장한 사람이니까 ‘우리(이재명) 식구가 아니다’고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도에서 체육회 사무처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하고, 이유 없이 정치의 색깔을 들이댔다. 압박은 거셌다. 체육회에 경기도 체육회관 임대료를 내라고 하고, 체육회가 관리하던 사격장, 검도장, 유도장을 GH로 다 넘기고, 직장운동부 관리마저 이관했다. 체전 등 사업도 체육과로 이전했다. 숨은 내막은 나를 그만두게 하는 거였는데 선출직으로 당선된 사람이 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체육인을 대표해서 체육인들이 뽑아줬는데 내가 힘들다고 해서 제 자리를 넘겨준다는 건 체육인의 자존심이고 그건 용서가 안 될 것 같았다.”

-도의회 민주당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치부했던 것 같은데?

“문광위원회 의원들이 100% 민주당이었다. 체육회 판공비 자체를 전액 삭감했다. 개인 경비를 쓰면서 회장을 3년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악조건 속에서 버텼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재선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재선한 것은 체육인들이 (체육회장이) 정치로부터 중립을 지킨 것을 알고 있어서다. 나는 봉사자고 체육인을 위해 봉사하는 체육회는 정치로부터 분리된 중립단체다. 체육인들이 나를 지켜준 거다.”

이 회장은 선거에서 ▲위수탁 시설 소유·관리권 및 직장운동부 관리권 환원을 통한 민선 체육 전환기의 혼란극복과 정상화 ▲ 지방세 0.7% 이상을 체육회 예산으로 출연하도록 경기도 체육조례 개정 ▲ 체육회 예산 1천억원 조성 ▲ 경기도체육회 북부사업소, 북부 체육 대안학교 설립 및 동계 종목 육성 등을 공약했다.

- 체육회 예산을 현 지방세 수입 0.2%에서 0.7%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 가능한가?

“4년 만에 한번씩 선거 결과에 따라 예산이 지사 입맛에 맞게 편성된다면 그 게 문제 아닌가. 조례에 체육회 지원 예산 비율을 정하도록 도와 도의회와 협치할 계획이다. 0.7%면 1200억 원인데 1400만 경기도민 1인당 7400원 수준이다. 이 예산으로 도민 건강을 지킨다. 60~70대 어르신만 보더라도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트레칭이나 조깅 등 운동을 통해서 몸을 관리한다. 과거에 10km 마라톤을 뛰신 70대 어르신과 잔디 밭에 앉아 말씀을 나눴는데 ‘동호인들하고 운동하며 텃밭에다가 채소를 심어 나눠먹으면 행복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게 생활체육이다. 경기도를 떠나 대한민국의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우리 체육회에서 하는 일이다.

-향후 경기도 예산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어렵지 않겠나?

“쇼트 피겨 스케이트 김민선 선수가 이상화 선수의 기록을 갱신해 신기록을 수립했다. 동계 체전을 위해 예산 지원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첨단장비 구입, 간식 등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실제 동계올림픽의 경우 약 80%의 메달을 경기도 소속 선수들이 획득하고 있다. 타 시도의 예산과 견줘볼때, 경기도체육회가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예산을 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강원도는 이 정책을 이미 시행했고 경기도도 과감히 결정하면 된다.”

경기도선수단이 제103회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굥=경기도체육회
경기도선수단이 제103회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굥=경기도체육회

-체육대안학교 설립을 공약했는데 사업비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 아닌가?

“학교운동부 해체 사례 등에 따른 학교체육(고등부) 기량의 지속적인 하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체육회 내외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5년간 200개 정도의 학교운동부가 폐지됐다. 경기체육의 뿌리와 줄기를 단단하게 바로 잡는 일이 시급하다. 학교 체육이 사라져 사교육 비중이 늘어 부모의 부담도 가중됐다. 350개의 종목 평균 한 15명만 잡아도 그 많은 숫자가 밖에서 돈을 내고 배우는 셈이다. 부모 부담도 문제지만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데도  한계에 봉착했다. 코로나까지 겹쳐 학생들의 체력저하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실상 학교체육이 붕괴직전에 몰려, 운동량 부족으로 정상적인 성장이 안되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엊그제 육상부 중고등학교 코치 감독을 만났는데 기록이 너무 떨어져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교육감과 협의해 폐교를 활용해 비인기 종목 등을 포함한 체육중고등학교를 설립하려 한다.”

이 회장은 “폐교나 기존 체육시설을 활용해 학생별 맞춤형 체력테스트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용인 신갈에 폐교를 활용한 체험공간이 있어서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안에서 아이들 체력 테스트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일부 아이들의 체력을 측정해 ‘농구의 소질이 있을 것 같아’ ‘너는 테스트해 보니까 육상이 잘 맞을 것 같아’식의 하루 측정치를 토대로 ‘이 학생은 이러이러한 재능이 있다’고 학교와 학부모한에게 보내줬다. 반응이 좋았다.”

-폐교를 맞춤형 학생 체육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인가?

“도 체육회관 3층 과학센터에서 엘리트와 생활체육 선수의 몸을 테스트하고 정확히 데이터를 추출해 낸다. 이 시스템을 폐교를 활용해 접목시키자는 거다.”

-테스트를 전담할 전문인력은 충분한가?

“레스링에서 유도, 달리기 등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직장운동부를 기업과 연계해 후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일부 비인기 종목의 경우 저변 자체가 얕고 시기에 따라 지원이 들쭉날쭉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를 제외하고는 직장운동부의 선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고 알려졌다.

“도에는 69개 직장운동부가 있는데, 대학이 가장 열악하다. 지난해 6개 대학교 운동부에 기업이 직접 후원했다.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면 ‘노’라고 하는 기업은 없었다.”

-기업이 수익도 없는 운동부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니폼에 회사 마크를 새기고, 우리가 직장운동부가 있는 기업에 선수들을 파견해서 교육도 시킨다. 상부상조다.”

-올해 후원사를 더 늘릴 계획인지?

“연간 한 기업지원을 포함해 7억 정도를 대학에 지원한다. 올해는 20여 개에서 30개 정도를 늘려 기업후원 규모만 10억 원을 달성하려 한다.”

이 회장의 사무실 벽에는 '글로벌 체육의 리더'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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