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서울 강남 고객지원센터/제공=시민단체 사법적폐청산연대
빗썸 서울 강남 고객지원센터/제공=시민단체 사법적폐청산연대

(서울=국제뉴스) 이진화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가 지난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가 거칠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사법적폐청산연대는 11일 오전‘사법부는 오해를 초래할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말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무책임한 관용이 가져올 혼란, 누가 책임지나?”라고 따졌다.

이 단체는 이날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의장은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암호화폐인 ‘BXA토큰’ 상장을 명목으로 인수계약금 1억달러(당시 환율로는 1,120억원, 지금 환율로는 약 1,300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장은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암호화폐를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된다’고 속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에게 계약금 등 명목으로 약 1,200억원을 지급했지만, 잔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불발됐고, 이에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이 계약금을 몰취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며 고소에 이르게된 경위를 설명했다.

계속해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에서 이 전 의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코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재판부는 김 회장 등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됐던 점 등을 근거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한 것이 기망행위라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만 신뢰하여 BXA코인이 상장되어 그 판매대금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착오에 빠질 정도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거나 피고인에 비하여 정보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는데, 평생을 수술대에만 매달렸던 유명 성형외과의사 김병건 회장이 평생을 비트코인 투자에 매달려 빗썸을 지배하는 최상단의 지주회사인 싱가포르 법인 ‘BKSG’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통하여 BTHMB, 빗썸홀딩스, 빗썸코리아(빗썸거래소 운영 법인)를 지배하며 여전히 빗썸의 실질적인 1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는 이정훈 전 의장과 비교할 때 이 분야에서의 경험⋅지식⋅정보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그게 과연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이 단체는 “피해자 김병건은 피의자 이정훈에 비해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정보력에서 비교할 필요조차 없는 열위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 않겠는가?”라고 의문을 말하면서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판단으로 피해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한 금번 재판부의 1심 판결 내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건 회장 등 피해자들은 이 전 의장이 BXA코인을 빗썸거래소에 상장시켜줘서 빗썸 인수자금 조달에 기여를 하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에, 이정훈 전 의장의 역할(BXA코인을 빗썸거래소 상장시켜주는 역할)에 대한 대가로 이와 같은 약속을 했던 것”이라면서 “법원은 그러한 사건의 핵심을 무시하고, 이 전 의장이 BXA코인을 빗썸거래소에 상장시켜줄 의사나 능력도 없으면서 피해자에게 BXA코인을 빗썸거래소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기망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번 이 전 의장 사기사건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의 후폭풍은 엄청나다”면서 “재판이 끝난 직후 복도에서는, 상장 전에 BXA토큰을 매매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이 전 의장을 향해 육두문자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진실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이 전 의장은 <빗썸을 지배하는 최상단의 지주회사인 싱가포르 법인 BKSG>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통하여 BTHMB, 빗썸홀딩스, 빗썸코리아(빗썸거래소 운영 법인)를 지배하며, 여전히 빗썸의 실질적인 1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한 지위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신뢰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되었던 것이고, 아무런 성과 없이 돈만 날린 피해자들의 돈 1억 달러가 전부 이 전 의장 등에게 흘러 들어가 있는데, 이 전 의장은 무죄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모순이고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판결후 관련 기사에 달란 댓글도 소개했다.

즉 “관련기사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의 댓글이 바로 올라왔다”면서 “재판부가 김앤장 등 호화변호인단의 현란한 법 기술에 제압당한 듯 한 느낌이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변론 서류가 판결문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은 의심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재판부는 자신들이 내린 ‘무죄’라는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신호(Signal)를 주는가에 대해 별로 입체적으로 판단하지도 않고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무엇보다도 이번 판결은 가상화폐업계의 불투명 경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평가된다”면서 “이정훈 전 의장 무죄판결에 앞서 자전거래 의혹으로 기소됐던 송치형 두나무 회장도 지난 12월 7일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연이은 무죄판결에 업계는 신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빗썸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빗썸 내⋅외부에서는 ‘법원이 이날 빗썸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단정 지으면서 빗썸이 신뢰 회복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면서 “지난 2021년 JP 모건 등 외국계 투자사들이 빗썸 인수를 추진한 바 있었지만 복잡한 지배 구조와 오너 리스크 등으로 무산된 바 있었고 2022년도에 다양한 사건으로 크게 흔들렸던 빗썸으로서는, 실소유주라 불리는 이 전 의장에 대한 오너리스크가 부분적으로이나마 해소되었다고 보고, 자회사 빗썸 메타를 통한 해외 진출이나 NFT를 기반으로 음악, 스포츠 등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사업 추진 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이승련⋅엄상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치형 회장, 남승현 재무이사, 김대현 팀장 등 피고인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업비트 거래소에 가짜 아이디 ‘8’을 만들고 자전거래를 통해 회원간 거래를 유도한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8’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비트코인 1,500억원어치를 팔았다고 보고 2018년 불구속 기소했으나 두나무 임직원들은 1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지난 12월 7일 2심에서도 재판부는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검찰이 제출한 8번 아이디 관련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고 전했다.

또 “2022년, 빗썸은 혼란의 시기였다. 현재 글로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는 FTX가 빗썸 인수에 나서며 그 과정이 선공개되는 등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비덴트 등을 기점으로 어지럽게 얽혀있는 기업구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면서 “한편 빗썸은 또 빗썸홀딩스(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대주주)의 지분 34.2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관계사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횡령 및 주가조작 수사를 받던 비덴트 임원이자 자금 총책임자 박모 부사장이 지난 12월 30일 새벽 자신의 자택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박 씨는 비덴트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비덴트 소유주인 강종현씨 남매 밑에서 회계담당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강씨 남매가 횡령⋅주가조작 혐의 등 책임을 모두 그에게 떠넘겨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배우 박민영씨와 자칭 빗썸 회장 강종현 씨의 열애설이 보도되며 석연치 않은 사업 정황들이 공개되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법적폐청산연대는 “업계에서는, 3년이 넘는 재판기간 동안 피해자 측과 검찰 측의 주장이 대부분 기각되자, 지금까지 김병건 회장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검찰도 속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누며 검찰의 그동안의 수사와 기소 노력을 비웃다시피하면서 폄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치형 두나무 회장 무죄 판결과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례까지 거론하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유독 디지털자산에 관한 문제라면 검찰이 업계 관계자에 혐의가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풍조‘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면서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 ‘디지털자산 업계 죽이기를 그만 두라.’는 등 수위가 높은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런데 업계의 이런 태도는 정말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여전히 툭하면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와 신뢰를 챙기기는커녕 사기사건 피의자 구제에 업계 전체가 협조하는 모습은 제도 정비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보다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빗썸의 사법 리스크 역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전 의장의 재판은 이제 막 1심이 마무리되었을 뿐이다. 항소심, 상고심까지 갈 길이 멀다. 가상화폐(가상자산)시장의 침체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 전 의장의 법적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빗썸이 경영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여러 국가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격은 떨어졌다. 그렇다면 적어도 현재는 ‘비트코인=인플레이션의 대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제도화된 공시와 투명한 경영이 시행되어야 한다. 테라⋅루나 폭락, FTX파산, 위믹스 등 계속되는 악재 속에서 시장의 신뢰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가 받쳐줘야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쓰이고, 이더리움이 다양한 탈중앙화 앱(DApp)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업계의 착각과 오버액션의 빌미를 제공한 이번 사법부의 판결처럼 단순한 의미의 관용, 즉 ‘죄를 합리화하여 없던 일로 치는 것’에 머무르면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죄를 지으면 이에 비례하는 적절한 형벌을 부여함으로써, ‘죄를 지은 자가 적절한 죗값을 치르고 반성하여 개과천선하면 증오를 거두고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용서하는 것’으로서의 똘레랑스(tolérance)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똘레랑스(tolérance)’는 일반적인 관용 그 자체가 아니라 위그노 전쟁(1562~1598)이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더 이상 참혹한 내전을 벌여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제시된 신앙의 자유, 사상의 자유로 가득 찬 고차원적인 철학관”이라면서 “‘똘레랑스(tolérance)’ 정신을 창출해내고 중시하는 프랑스가 실제로는 유럽에서 가장 가혹한 법률을 집행하는 국가라는 점을 보면 ‘똘레랑스(tolérance)’의 진정한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의 교정기관은 재소자들에게 가혹하기로 유명하며, 그 외 공권력에 대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미국에서도 최근 코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끼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재판이 열렸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거래소 창업자도 지난해에 바하마에서 체포되어 미국으로 송환됐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뱅크먼-프리드가 FTX 가입자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기와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프랑스가 정의(正義) 지향의 합목적적인 법 집행에 얼마나 엄정한지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어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등의 걸작을 남긴 유명한 소설가이자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나치 부역자를 청산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때의 어록을 소개한다”면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우리 사법부와 가상화폐업계가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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