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이상배 기자 = 금융당국은 라임펀드 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의 대응방향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 측이 소송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4일 비공개 그룹 내부 간담회를 통해 금융 당국의 ‘라임 펀드’ 중징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의 전개가 손 회장 연임과 관련, 또 다시 ‘낙하산 인사’가 재연될 것인지가 금융권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김 위원장 “소송 얘기만 하는 것, 굉장히 불편”

김 위원장은 5일 탄력점포를 운영 중인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우리금융이)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를 하지도 않으면서 소송 얘기만 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사태의 핵심은 이를 계기로 어떻게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좀 더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느냐”라면서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이사회와 조직이 나서서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법률 이슈를 떠나 이게 진짜 왜 문제가 됐는지를 따져 보면 금융기관들이 그간 수익을 내는 데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만큼 소비자 보호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법률적으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은연중에 금융당국이 손 회장 사퇴를 잇따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김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라임펀드 사태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앞선 지난해 11월 10일에도 그는 전날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한 것과 관련, “과거 소송(DLF 제재 관련 취소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 우리금융, 라임펀드 중징계에 법적 대응 검토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4일 금융 당국의 ‘라임 펀드’ 중징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15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derivative linked fund)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 대법원 퍈결에서 최종 승소한 결과, 이번에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우리은행과 손 회장 모두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손 회장은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 derivative linked securities)과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손실이 발생하자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다고 보고 2020년 제재를 내렸는데,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는 내부통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 조치했던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은 문책 경고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손 회장은 중징계 처분에 불복, 2020년 3월 집행정지와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했고, 손 회장은 1·2심,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으므로 징계 처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라임 사태 관련, 우리금융 측의 소송 검토 움직임은 우리금융지주와 은행 이사진이 지난 4일 비공개 현안 간담회에서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이번에 행정소송을 하지 않을 경우 회사 측에 어떤 손실이 발생할지, 행정소송을 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이후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변호사와 여타 전문가들이 손 회장이 DLF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 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과 같이 라임 사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이번 라임 사태 소송에서는 DLF 소송 때와 달리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과 손 회장은 각각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기관 제재와 문책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중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라임 사태로 인한 과태료와 기관 제재에 대해서는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은행도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9일 정례회의를 열어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 제재를 결정했으며, 과태료도 기존 금융감독원 안과 동일한 76억 6000만 원을 확정한 바 있다.

결국 우리은행과 손 회장의 결심만 남았다. 이사진에서도 간담회에 이은 추가 만찬 회동까지 가졌지만 최종 결론은 못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감원과 다시 소송전에 나설 경우 증권사·보험사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신사업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 우리금융도 ‘낙하산 인사’?

손 회장은 문책경고 중징계가 확정된 다음에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 타 금융지주들의 인선 및 조직개편 발표가 잇따랐음에도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더욱이 지난 3일 금융권 수장과 주요 경제·금융기관장들이 3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도 불참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주현 금융위장은 물론 김복현 금감원장을 비롯 금융 당국 수장들과 만남 자체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 원장과 김 위원장의 이어지는 발언들은 손 회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해 온 꼴이다. 김 원장이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10일 “정치적 외압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은행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파악됐던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게 되면서 금융권은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불길하게 점치고 있다.

손병환 회장의 경우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일부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가까운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내세워 낙마했고, 심지어 ‘외풍’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신한금융마저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를 두고 ‘윤석열 정부’와 교감·압력설이 무성했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에는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아예 실명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우리금융의 ‘낙하산 인사설’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그룹 노조까지 이른바 ‘모피아 인사’에 반발, 발 벗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12일 성명서를 내고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의 CEO 선임에 관치가 작용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국정의 대원칙인 ‘법치’나 ‘시장 자유주의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꼴”이라며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국민, 기업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준희 전 행장 하마평에 대해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았던 친정권 인사”라며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부회장, 기업은행장, YTN 사장의 경력을 가졌을 뿐 시중은행 경험이 전무해 금융인인지 알 수 없는 변신의 귀재로,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마치 대선 승리의 전리품처럼 나누려는 추악한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어쨌든 오는 18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손태승 회장 거취는 결정된다. 전날 17일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새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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