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FPBBNews

(독일=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극우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인종차별은 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전날 밤 9명이 숨진 총격 사건과 관련 "인종차별은 독이고, 증오도 독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 독들은 이미 너무 많은 범죄에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건에 대한 최종 발표를 하기는 이르지만 "다른 출신과 종교 혹은 외모에 대한 증오로 인해 극우 극단주의, 인종차별적 동기로 행동했다는 징후가 많다"면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나 유대인을 겨냥한 강력범죄를 예로 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독일을 분열시키려는 모든 사람들에 맞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이날 "나는 인종차별적인 증오로 위협받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19일 오후 10시쯤 43세 독일 남성 용의자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헤센주 하나우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했다. 희생자 중 5명은 터키 국적이었다. 사망자 외에 5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 2곳에서 총격을 가했는데, 이런 술집은 중동 사람들이 주로 애용하는 곳이다.

실제 독일 당국이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웹사이트를 초기 분석한 결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의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극우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 측은 "이번 총격 사건은 우파나 좌파의 테러가 아니라 '미치광이'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에서는 AfD가 반이슬람반난민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고,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은 총기 판매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미국에 비해 이 같은 강력범죄가 매우 드물지만, 최근 들어 이민자나 유대인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늘고 있다.

작년 10월 독일 할레에서는 극우파가 유대인 회당에 침투하려다가 2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6월에는 난민을 옹호하던 헤센주 카셀의 지역 정치인 발터 뤼프케가 극우주의자에게 피살됐다.

멀리 2000년~2007년에는 네오나치 테러단체 'NUS'가 터키계 이민자 등 10명을 연쇄 살해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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