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중부도시 카르발라에서 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반전 집회를 열고 있다.ⓒAFPBBNews

(이라크=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이라크 의회가 5일(현지시간) 미군을 포함해 이라크에 주둔 중인 모든 외국군을 철수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군이 지난 3일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군 실세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요인을 표적 공습해 제거한 일이 벌어지자 이라크 내에서 반전 여론이 들끓는 모습이다.

이라크 의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외국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해 정부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이라크 정부는 모든 외국 군대의 이라크 영토 내 주둔을 중단하도록 노력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그 군대가 이라크 영토, 영공, 영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국내에서 군사 활동이 종료됐고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IS와 싸우기 위해 유엔의 지원을 요청하는 행위를 철회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할부시 이라크 하원의장은 외국군이 즉시 이라크를 떠나거나, 구체적인 철군 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회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의 정치 체계상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날 긴급회의에는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도 출석해 결의안에 지지를 표했다.

그러나 아직 이라크 정부는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라크에는 현재 약 5200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다. 이들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며 IS 격퇴전에 나서왔다. 중동 전역으로 범위를 늘리면 미군 주둔 병력은 약 6만명 규모다.

미군의 제거 작전을 계기로 이라크 사회 내부에서도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날 수도 바그다드 등지에서는 미국과 이란을 모두 '점령자'로 비판하는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철수를 요구한 이라크 의회 결의안에 대해 "우리는 그곳(이라크)에 아주 비싼 공군기지를 가지고 있다. 건설에 수십억달러가 들었다"며 "그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 정부가 철군을 요구할 경우엔 전례 없는 '아주 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IS를 격퇴하는 국제 동맹의 주둔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라크 의회의 표결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라크 지도부와 정부가 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보복 위협에 대비해 3000명이 넘는 병력을 중동 지역에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이라크 정부와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결렬되면서 이라크에서 전면 철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IS 세력이 득세하자 이라크 정부는 2014년 미국에 병력 파병을 다시 요청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IS 격퇴전이 최고조에 달한 2017년 이후 500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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