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학폭위’에 '깜깜이' 재심위까지

-해당 학교장, '처분권한 없다' 거리 둬

(남원=국제뉴스) 전광훈 기자 = 남원시 하정동 'ㅎ'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A군.

지난 6월 A군은 같은 반 학우인 B군으로부터 심한 모욕감을 당했다. 다름아닌 B군이 A군의 어머니를 욕하며 조롱한 것.

이에 화가난 A군은 사과를 받기 위해 B군을 교실 밖으로 불러냈고, 이 둘은 여느 중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몸싸움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다툼에 전혀 관련 없는 같은 반 C군이 싸움에 끼어들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B군의 진술서에 따르면 C군이 A군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가격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A군은 C군을 눕힌 채 팔을 잡았다.

그러나 A군은 이미 주먹과 발로 얼굴을 맞은 탓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C군은 A군에게 소위 '묻지마 폭행'을 가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정신이 혼미한 A군을 보고 현장에 있던 주변 학우들이 달려 와 눕히려 했고, 이 상황에서 C군은 또 한 번 주먹과 발로 A군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미 1차 폭행으로 정신 혼미한 상태에 놓여있는 A군에 2차적으로 폭행을 행사 한 것. 이 일로 A군은 콧뼈 골절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진단을 받았으며, 사건 즉 후 현재까지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

등교를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A군은 폭행으로 인한 상처 탓도 있지만 "학교에서 (C군)마주칠까 두렵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상황의 끔찍함은 B군의 진술서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연이은 폭행으로 A군이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인 것이다.

이에 A군의 부모는 정식적으로 학교에 문제를 제기 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사건을 심의·결정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었다.

그 결과는 반 교체.

피해 부모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결과가 나 온 것이다.

A군의 부모는 학교의 결정에 불복,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며, 그 결과 학폭위는 사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2차적으로 보복 및 위협행위를 선동하는 소문에 대한 학폭위 결정도 2호조치(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가 내려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깜깜이' 학폭위

학폭위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늘 제기돼 왔다.

학폭 책임교사를 비롯한 일선교사들이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넓게는 교육부와 관할 도교육청이 이미 순 기능이 변해버린 학폭위를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승환전북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옹호로 입방아에 올랐고, 학폭 기재 거부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며, 또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도 이를 두고 집중공세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학폭위 회의가 사실상 '깜깜이 회의'다. 어떤 논의가 오갔고, 어떤 사유로 처분이 내려졌는지를 공개하지 않는다.

여기에 교내 사건이 발생할 경우 덮으려 하는 게 학교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 학생이나 부모는 학폭위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대분분이다.

끝으로  사건에 대한 학폭위 위원들의 접근 자제에 대한 문제도 있다.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 제출된 서류 및 피해학생 측이 제출한 의견서 검토만 하고 거의 넘어가는 경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위원들 간의 심도있는 토론이나 학생을 불러 의견 진술을 하게 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폭위나 재심기관이 중구난방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시·도교육청과 시·도청이 서로 '일이 많다'며 학폭사건을 떠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당 학교장은 "내 손에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전적으로 모든 권한이 학폭위원들에게 있다"며 이번 사태와 거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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