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 시‘를 쓰는 표방하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 시인 이만주

(서울=국제뉴스) 하명남 기자 = 시인 이만주가 두 번째 시집 ’삼겹살 애가(哀歌)‘를 출간했다. 시집 표지에 돼지머리와 돼지 떼가 등장한다. 다소 기이하다. 시집의 제목이 『삼겹살 애가(Elegy for Korean Bacon)』다. 시작되는 시이자 시집의 제목이 된 시 <삼겹살 애가>는 2017년 5월 ‘코리언 드림(Korean Dream)’을 찾아 한국에 서 돈사 똥통을 청소하다 추락해 죽은 20대 네팔 청년에 대한 진혼시의 성격을 띤다.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을, 나아가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이란 걸 다시 생각한다.

이렇게 시작된 시집은 단순함이나 단일함에 머물지 않고 수록된 54편의 시에 실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서사풍의 시들이 있어 재미있는가 하면 드문드문 박혀 있는 서정시들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쓴 기행시들은 일반적인 기행시들과 달리 상투적 감상을 벗어나 문명비평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섹스에 대해 ‘천부경’까지 동원해 쓴 시 <합일> 같은 시는 짜릿하다.

시들을 읽다 보면 시인과 함께 삶과 세상에 대해 우주에 대해 함께 사색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충북대학 국문과 교수를 지낸 임보 원로시인은 시집의 발문에서 다음과 같은 평을 한다. “이만주의 시풍은 호방합니다. 시야가 거시적입니다. 사회의 부조리나 인간의 만행에 대해 고발하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읽히는 것은 그 비판이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의 시 정신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탈속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까요?”

시들은 형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일반적인 시들보다 긴 시들이 있는가 하면 제목보다 본문이 짧은 시도 있다. <피라미드>라는 시 속에는 실제로 피라미드 꼴이 등장한다. 임보 시인은 “이만주의 시들은 형식에 있어서도 무애(無碍), 불기(不羈)”라는 말을 한다.

‘읽히는 시’를 표방하며 2015년 12월 출간되어 우리 사회와 시단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시인의 첫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이 그러했듯이 이번 시집, 『삼겹살 애가』도 흥미로우면서도 많은 지식을 담고 있다. 최소한, 시집을 덮는 순간 탐닉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시인과 시는 많아도 시가 멀어진 시대에 시집 『삼겹살 애가』는 ‘읽히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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